또다시 '불의 고리'…콜롬비아 강진, 깊은 진원에도 대참사 공포

초강진 잦은 '섭입대'…원폭 수백발 위력에 수평 뒤틀림까지
진앙은 가난한 밀림…외딴마을에 구조대·구호물자 투입 차질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한 지진은 악명 높은 '불의 고리'에서 또다시 발생한 중대 재난이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0일(현지시간) 오전 7시34분께 발생해 규모 7.4를 기록했다.



지진 시작점의 바로 위 지표인 진앙은 콜롬비아 서부 연안에 있는 초코 주(州) 일대다.

이 지역은 전 세계 지진과 화산 활동의 90%가 집중돼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일부다.

지질 전문가들은 콜롬비아 서부가 태평양 바닥 해양판인 나스카판과 대륙판인 남아메리카판이 맞물린 지점이라는 사실을 주목한다.

'불의 고리'의 동쪽 가장자리인 이 지역은 나스카판이 남아메리카판 밑으로 밀고 들어가는 섭입(subduction)에 따른 지진이 발생한다.

여기에서는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들어가다가 마찰 때문에 어느 순간에 멈추면서 밀고 버티는 힘이 맞서 거대한 에너지가 축적된다.

지진은 두 암석판을 붙드는 마찰력이 한계에 도달할 때 경계면이 무너지고 뒤틀려 에너지가 충격파로 사방에 퍼지는 현상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960년 칠레 대지진 등 섭입이 작동하는 지대에서 초강진이 발생하는 때가 잦았다.

동아시아부터 북미, 남미, 남아시아까지 아우르는 '불의 고리'는 여러 해양판과 대륙판의 섭입대를 연결한 고리로 볼 수 있다.

이번 콜롬비아 강진을 유발한 남미 구간의 나스카판과 남아메리카판처럼 다른 구간도 지진 에너지가 계속 축적되는 곳들이다.

일본과 쿠릴 열도는 태평양판과 유라시아·북아메리카판, 알래스카와 알류샨 열도는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 북미 구간은 후안데푸카판과 북아메리카판, 필리핀 등 동남아는 태평양·필리핀과 유라시아판이 맞물려 있다.

규모 7.4 강진이 닥친 콜롬비아.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발생해 수십명의 인명 피해를 낸 일본 구마모토 강진도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다만 미국 캘리포니아는 섭입대가 아니면서도 강진 위험이 있는 '불의 고리' 일부다.

이 지역에서는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옆으로 엇갈려 미끄러지는 곳으로 다른 위험 지대와 차이가 있다.

콜롬비아 서부를 강타한 지진의 진원(최초로 지진파가 발생한 지점)은 깊이가 110㎞로 상대적으로 깊다.

깊은 지진은 지표에 있는 시설물에 충격을 덜 주는 경향이 있지만 규모가 7.4로 워낙 큰 까닭에 심각한 피해를 남긴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모 7대의 강진은 과거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수백개의 위력을 가진다는 추산이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지진학자 수잔 반 더 리 교수는 이번 지진은 진원이 깊지만 규모가 커서 악영향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지표에서 훨씬 깊이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이론적으로는 진동이 그리 크지 않아야 했다"며 "그렇지만 규모가 이렇다 보니까 실제로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륙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에서 특히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strike-slip)까지 일어났다며 그 때문에 인구가 밀집한 계곡에 피해가 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남미에서는 콜롬비아의 인접국인 베네수엘라에서도 지난 6월 24일 규모 7.5 강진이 발생했다.

지질학자들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강진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다.

베네수엘라 지진은 카리브판과 남아메리카판의 경계에서 발생했으며 이 지역은 '불의 고리'에 속하지 않는다.

콜롬비아 지진과 달리 베네수엘라 지진은 진원 깊이가 20㎞, 10㎞로 얕은 강진이 두 차례 연쇄적으로 터져 수천 명을 숨지게 했다.

이번 콜롬비아 지진의 피해가 집중된 초코 주는 가난하면서도 고립된 행정구역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초코 주민 3분의 2 이상이 빈곤 기준선 미만에 있는 계층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재난에 대처할 자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조를 위한 기반 시설도 열악하다.

초코 주의 대부분은 밀림이라서 주도인 키브도를 제외하면 대다수 촌락에 도로망조차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

경비행기나 선박을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한 오지가 많아 통신망이 차단된 상황에서 실태 파악조차 불가능한 곳이 많다.

구조대 투입과 구조물자 운송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현재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