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이 “폭염 속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의 구금환경이 수용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냉방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수용자인권증진모임 등 15개 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추진 방침도 밝혔다.
◆ 선풍기·얼음물로 버티는 37도 수용거실
단체들은 최근 수도권의 한 교정시설 수용거실 온도가 37도에 육박한 사례를 들며 수용자들이 선풍기와 제한적으로 지급되는 얼음물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람들은 스스로 더위를 피하거나 냉방이 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없다”며 “폭염 속 구금환경이 수용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법무부가 올해 약 12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려던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 사업’을 잠정 중단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사업은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과 과밀 정도,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일부 여성수용동의 복도에 냉방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이었다.
법무부는 지난 6월2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용거실 내부가 아닌 수용동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해 내부 온도 상승을 완화하는 간접 냉방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교정본부는 열사병과 탈진 위험이 높은 환자,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65세 이상 고령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고위험군은 의료거실에 별도 수용하고, 일반 수용자에게는 얼음물을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교도관도 한계 상황 직면, 돌발 사고 우려
폭염으로 인한 고통은 수용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정시설을 관리하는 교도관들 역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찜통더위로 수용자들의 불쾌지수가 급증하면서 수용실 내부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폭염에 지친 수용자들이 별다른 용건 없이 교도관을 반복적으로 호출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정통계연보에 기록된 교정공무원 1인당 1일 평균 수용인원은 3.8명이다. 하지만 주야간 교대 근무와 각종 행정 업무 등을 고려할 때 현장 교도관들이 체감하는 담당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인력난과 폭염이 겹치면서 관리 책임을 짊어진 현장 교도관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수용자 간 폭행이나 자해 등 돌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선 교도관들이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있다.
현장에서는 인원 충원과 근무 환경 개선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외국인보호소에서도 실신 주장
한편 외국인보호소의 폭염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타리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활동가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2명이 더위로 실신하고 얼음도 제공되지 않으며 냉장고도 없다”면서 “제한적으로 가동되는 손바닥만한 에어컨은 열을 식히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교정시설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람은 더위를 피해 외부나 냉방 공간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의 보호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냉방 제공 여부를 편의나 특혜가 아니라 구금된 사람의 건강권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