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거주와 보유 사이, 보유세 열네 배

보유기간 기준 공제는 20년간 유지돼 온 원칙
공정한 세금은 기준과 이유 납득할 수 있어야

시세 20억원짜리 아파트 두 채가 있다. 두 채 모두 공시가격은 15억원이고, 소유자는 예순 살에 10년째 보유 중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한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로 11만원을 내고, 다른 한 사람은 152만원을 낸다. 열네 배 차이다. 차이를 가른 것은 단 하나, 실제 거주 여부다.

 

두 장치가 겹친 결과다. 기본공제는 거주 주택 14억원, 비거주 주택 9억원으로 달라져 과세표준부터 차이가 난다. 여기에 보유기간에 따라 주던 세액공제마저 거주기간 기준으로 바뀐다. 10년을 보유했더라도 거주하지 않았다면 공제율이 60%에서 20%로 떨어진다. 두 장치가 맞물리면서 세 부담은 열네 배로 벌어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지난 8월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이 모두 시행되면 세금은 연 3조4430억원 늘어난다. 이 가운데 1조1000억원은 세액공제를 재정지출로 새로 분류한 데 따른 장부상의 변화일 뿐 실제로 새로 들어오는 수입은 아니다. 실질적인 증세 2조3430억원 가운데 93%가 종합부동산세에서 나온다. 나머지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상속세를 모두 합쳐도 1615억원에 그친다. 부동산 세제개편안이라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거주하는 1주택이라면 시세 20억원까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30억원까지는 세 부담이 오히려 줄고, 35억원을 넘어야 늘기 시작한다. 지난해 종부세 납부자는 전체 주택 소유자의 약 3%였는데, 이번 증세는 그중에서도 절반에 집중되는 구조다.

 

프랑스에는 부동산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가 있으며, 최고세율은 1.5%다. 우리나라 보유세의 최고세율은 5.0%로 세 배를 넘는다. 프랑스 부유세는 주택담보대출을 차감해 과세하고, 거주 주택은 평가액의 30%를 공제한다. 소득세와 합한 세 부담이 소득의 75%를 넘지 않도록 상한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종부세에는 이와 같은 부담 완화 장치가 없다. 오히려 세 부담의 급증을 막기 위한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였다.

 

이번 개편에서 세율 인상보다 더 주목해야 할 변화는 과세기준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긴 데 있다. 보유세는 재산가치가 나타내는 담세력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거주 여부는 담세력이라기보다 주택을 이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가격과 보유기간이 같은 재산의 세 부담을 열네 배나 달리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보유기간을 기준으로 한 공제는 20년간 유지돼 온 원칙이었다. 그런데 공청회는 없었고, 연구용역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근거로 제도를 바꿨는지 알기 어렵다. 입법예고 기간도 16일에 그쳐, 행정절차법이 정한 40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해관계자가 제도의 영향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출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여기서 간과된 또 하나의 문제는 세입자다. 거주하지 않는 집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 집주인에게는 매각하거나 직접 거주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거주를 택하면 그 집에 살던 세입자는 나가야 한다. 이런 선택이 누적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전세난은 다시 매매 수요를 밀어올릴 수 있다. 결국 집값 안정을 위한 세제가 오히려 집값을 떠받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양도세 완화 역시 영구적인 조치는 아니다. 다주택자 중과 완화는 2년 한시조치로, 2029년에는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장기보유특별공제에는 거주 요건이 붙고 공제 한도까지 생겼다. 오래 보유한 사람의 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다. 영구적인 세율 인하라기보다 기존 중과세율의 복원을 2년 미룬 셈이다. 매물 잠김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어도, 집값을 낮추는 효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이후 아홉 번 바뀌었다. 평균 2년에 한 번꼴로 제도가 바뀐 셈이다. 30년을 내다보고 주택을 사는 국민에게 안정적인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

 

보유세 정상화의 정석은 과세 기반을 넓혀 실효세율을 완만하게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다. 이번 개편은 과세 대상을 좁히면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방향이 정반대다. 원래도 고가 주택 구간에서만 급격히 뛰던 세 부담 구조가 더욱 왜곡된다.

 

국회 심의에서 따져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실거주 여부만으로 동일한 가치의 재산에 세 부담을 크게 달리하는 것이 정당한가. 1주택자의 보유세 최고세율을 5%까지 높인 것은 과도한 부담은 아닌가. 세 부담을 좌우하는 핵심 사항을 법률이 아니라 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

 

공정한 세금은 많이 걷는 세금도, 적게 걷는 세금도 아니다. 국민이 왜 자신에게 그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는지, 그 기준과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세금이어야 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