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8.11. suncho21@newsis.com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800조원 규모의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電擊戰)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을 지을 때 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 걸린 사례를 들며 “이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 집행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호남반도체 예정부지인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2년 내 다른 기지로 이전하고 2029년까지 반도체 팹을 완공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한국판 구마모토 기적’을 향한 의지는 반갑지만 난제가 수두룩해 제대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당장 정부가 연내 메가특구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핵심인 주 52시간 근로 예외 등 노동규제 완화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부가 “제도가 일할 자유와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며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 예외를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지금도 반도체 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어깃장을 놓는다. 이 대통령은 “각료들이 논쟁해야 국민이 다투지 않는다”며 “민주적 과정이라 봐야 한다”고 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동계의 동의를 받아야 할 문제”라고 했다. 부처 간 엇박자도 모자라 노동계 눈치까지 보겠다니 할 말을 잃게 된다.
반도체는 국가 간 총력전이 된 지 오래다. 경쟁국인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은 996(주 6일, 오전 9시∼오후 9시)을 넘어 007(24시간, 7일) 근무까지 불사하며 한국의 메모리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대만 TSMC도 13년 전부터 연구실을 24시간 내내 가동해 왔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 역시 고소득 전문직과 연구개발(R&D) 인력은 근로시간 제한이 아예 없다. 우리만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근로시간 족쇄를 채워 두고 초격차 기술이 유지될 수 있겠나.
구마모토 기적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노동계가 한 몸처럼 움직인 결과다. 정부와 지자체는 보조금과 원스톱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건설업계와 근로자들도 갈등 없이 24시간 3교대 공사체제를 가동했다. 우리는 딴판이다. 근로시간 규제를 놓고도 부처마다 딴소리가 나오고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으로 날을 샌다. 기업과 노동계의 대립과 반목도 잦아들 기미가 없다. 이래서는 호남반도체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청와대와 국회가 노동규제 족쇄를 푸는 데 힘과 지혜를 모으고 노동계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