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7조 베팅’ 오스탈USA 인수 추진… 美핵잠 시장 정조준

필리조선소 이어 ‘빅딜’ 행보

호주 조선·방산업체 美사업부
해군 연안전투함 등 34척 인도
예비적 제안… 4주간 실사 진행
인수 성사 땐 美 생산기지 확보
글로벌 방산 기업 도약 승부수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 해군 핵잠수함 공급망과 연계된 생산 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한화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오스탈 측에 미국 사업부 인수를 위한 예비적·비구속적 제안을 전달했다. 사업 법인과 운영자산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기업가치는 10억5000만∼12억달러(약 1조5000억∼1조7000억원) 수준이다.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지분 100% 인수를 추진한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디펜스USA는 이번 인수 거래가 오스탈USA의 사업 운영과 재무 상태를 면밀히 평가할 수 있는 실사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탈USA는 앨라배마주 모빌에 본사를 둔 조선업체로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용 함정을 전문적으로 건조하고 있다. 직원은 약 3500명이며 수주 잔고는 100억달러(약 14조1000억원) 규모다. 미 해군에 연안전투함(LCS) 19척, 신속기동수송함(EPF) 15척 등 34척을 인도한 핵심 공급사이기도 하다.

한화는 앞서 오스탈 본사 지분을 19.9%까지 확대한 데 이어 핵심인 미국 사업부를 직접 인수해 미국 조선·방산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한층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오스탈USA는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에 잠수함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된 모듈은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추진잠수함과 컬럼비아급 전략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사용된다.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는 미 해군 핵잠수함 공급망의 진입 장벽을 넘게 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화가 오스탈USA 조선소를 통해 미국의 가장 민감한 해군 프로그램을 포함한 주요 국방 계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가 오스탈USA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 내 상선과 군함 건조 사업을 동시에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쇠퇴한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시점과도 맞물렸다.

한화는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필리조선소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시설을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지난 1년간 미국 정부가 발주한 미사일 추적함 건조사업을 수주했으며, 해군 작전 과정에서 연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군수지원함 설계 사업도 따냈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군 탄약·추진제 공급을 위한 아칸소주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인수는 초기 단계다. 실사는 오스탈 측의 정보 제공 시점부터 4주간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국방방첩보안국(DCSA) 등 관계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편 한화그룹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15.89%까지 늘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AI 지분 확대와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는 개별 무기 수출을 넘어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