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대상으로 언급되는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전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위헌 소송까지 불사하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주요 국책은행 노조는 연대 집회를 개최하며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예보 노조는 11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과 관련해 입지 타당성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성명이나 시위가 아닌 연구용역과 토론회라는 형식을 취해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노조 의뢰로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가 작성한 보고서는 예보가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과 신속하게 협력하려면 현행대로 서울에 남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가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긴급한 뱅크런에 신속히 대응하고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금융중심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 설문조사에서는 지방이전 시 조직을 이탈하겠다는 응답이 대거 나타났다. 특히 근속 5년 미만 직원의 ‘계속 근무 의향’은 12%, 5급 실무직에서는 9.5%에 그쳤다.
노조 측은 정부가 이전을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 같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노동관계법과 헌법상 위반 요소가 없는지 다각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서울에 핵심 부서를 남겨두고 지역 거점을 활용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입지 논의는 단순한 지역 안배 차원이 아니라, 금융위기 발생 시 예금자의 자금을 얼마나 신속하게 보호하고 경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서울에 ‘금융안전 코어’를 남겨두고 필요시 지역 거점을 두는 혼합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전 반대 움직임은 3대 국책은행 등 여타 기관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조는 서울 여의도에 2000여명의 조합원이 결집한 가운데 공동집회를 열고 세 대결에 나섰다. 무역보험공사 노조 역시 수출기업과 국내외 은행으로 이어지는 수출금융 생태계 연계성이 차단될 수 있다며 반대 전선에 합류했다.
정부는 이르면 9월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전망이다. 과거 1차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은 물론 핵심 정책금융기관들까지 유력한 이전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도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