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이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최근 국제사회에서 종종 언급되는 ‘중견국 동맹’을 “피상적이고 유행하는 구상에 대한 망상을 버리라”고 한 것은 미국을 배제하거나 대체하는 형식의 국가 간 협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노골적 경고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대중 관계를 관리하고 중견국과의 관계 확대, 강화를 통해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콜비 차관의 이날 발언은 미·중 전략경쟁, 미·이란 전쟁을 거치며 중견국들이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기울지 않는 ‘헤징’ 전략을 모색해 온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콜비 차관이 이날 방문한 필리핀 역시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축으로 삼으면서 한국, 영국, 프랑스 등과 국방 협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이 동맹국 간 협력을 장려하면서도 미국을 배제한 독자적인 안보협력 구상에는 경계심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가 검토해 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도 향후 정부의 중견국 외교와 경제·통상 네트워크 확대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CPTPP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탈퇴한 이후 일본을 비롯한 기존 참여국들이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CPTPP 가입과 콜비 차관의 발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 정부는 아직 CPTPP 가입을 신청하지 않은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의 역할 확대와 함께 한국 등 태평양 지역 미군 기지의 방공 전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 국방·안보국장은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적국의 미사일과 드론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해외 기지와 핵심 인프라, 인력을 방어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규모가 크고 성능도 뛰어난 드론, 순항·탄도·극초음속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훨씬 심각한 위협”이라며 “일본과 필리핀에서 괌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전역의 미군 기지와 인프라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패트리엇 방공시스템 등 장거리, 미국의 차세대 방공시스템 ‘간접화력방어능력’(IFPC) 등 중거리, 대드론 요격 시스템 코요테와 메롭스 등 단거리 3단계 능동적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