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분수령’ 호남 투표 돌입… 초접전 金·鄭, 갈등 최고조

민주 전대 당권주자 충돌 가속

김민석 “리더십 교체 바람직” 강조
송영길 “鄭, 국정과제 1호도 몰라”
정청래, ‘金 탈당’ ‘송밀필패’ 맞불

‘친명’ 강득구 “鄭, 김관영 제명 강행”
‘친청’ 박규환 “완전 거짓말” 맞서

추미애 SNS에 “개혁일꾼 뽑아야”
박지원 “특정후보 공개 지지 안돼”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11일 최대 승부처인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에 돌입하면서 당권 주자 간 공방과 계파 갈등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 표심을 놓고 송영길(기호순)·정청래·김민석 후보가 막판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상대 후보의 리더십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공격 소재로 등장했다. 후보 간 공격은 친명(친이재명)·친청(친정청래)계 인사들의 대리전으로까지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지난 10일 전남광주 서구 KBC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정청래, 김민석 후보. 연합뉴스

◆호남 표심 놓고 후보 간 난타전

 

민주당은 이날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에 들어갔으며 결과는 15일 공개한다. 호남권 권리당원은 전남·광주 31만여명, 전북 19만여명 등 총 51만여명으로, 지금까지 경선이 치러진 비호남 지역 권리당원 약 40만명보다 많다.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인 만큼 세 후보 모두 이날 호남에 머물며 방송과 유튜브 등에 잇따라 출연해 막판 표심 공략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정 후보를 향해 “여러 가지 문제를 푸는 데 리더십을 교체하는 게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고 직격했다. 그는 “지금 있는 정도로 보이는 케미와 당정 관계로 앞으로 계속 간다는 건 어렵다”며 국정과 당정 관계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과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까지 거론하며 정 후보의 당대표 시절 리더십도 문제 삼았다.

 

정 후보도 김 후보의 과거 탈당 전력을 다시 꺼내 맞섰다. 그는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광주 권리당원들이 귓속말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002년 노무현 배신을 생각하면 김민석은 아니잖아’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송 후보를 향해서도 “송밀필패라는 얘기가 있고 지지율도 안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정 후보 측은 광주 북구을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김 후보를 위한 불법 전화방을 운영하고 경선운동원에게 금품 제공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접수됐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진숙 의원 측은 바로 “전혀 사실이 아닌 악의적 프레임이자 명백한 음해”라며 “순수한 청년 자원봉사자가 당황한 상태에서 맞장구를 치고 응대한 대화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마치 실제로 금품이나 일당이 오간 것처럼 금품 매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송 후보 역시 정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전날 광주방송 토론에서 정 후보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수와 1호 과제를 답하지 못했다며 “말로는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국정과제가 123개라는 것도, 제1호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오른쪽), 김민석 당대표 후보가 지난 9일 강원 횡성군 횡성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강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최고조로 치닫는 친명·친청 갈등

 

후보 간 공방은 양측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김 후보 측으로 분류되는 강득구 최고위원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와 관련해 “정청래 당시 대표가 대통령 권위를 팔아 최소한의 절차적 과정을 생략한 채 합당을 밀어붙이려 했다”며 “대통령팔이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했다.

 

강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당시 김관영 전 전북도지사 제명 과정도 문제 삼았다. 당시 최고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는 정 후보 측 설명에 대해 “저를 포함해 일부 최고위원은 당사자 소명을 들은 후 결정하자고 했다”며 자신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그는 “당시 최고위는 윤리감찰단의 보고를 받고 토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며 강 최고위원이 “전북 당원들에게 거짓 소문, 가짜 뉴스를 흘려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제명 당사자인 김 전 지사는 당시 결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강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전북의 무너진 명예와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며 “전북을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동학혁명 후예인 전북 민심을 짓밟으면 대가를 치른다는 교훈을 남겼으면 한다”고 했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혁을 책임지려면 걸맞은 일꾼을 뽑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적은 것을 두고도 사실상 정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지원 의원(5선)은 “광역단체장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계파 간 공방이 지도부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매주 월·수·금 열던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전당대회 전까지 열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후보 측으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 간 충돌이 여러 차례 벌어진 만큼, 경선 막판 계파 갈등이 공개 석상에서 다시 확산하는 것을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