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쇼’라 불리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에는 매년 800만명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방점은 1조6000억원의 경제 파급효과에 찍혔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역시 맥주와 민속 축제를 결합해 600만명 이상의 방문객과 2조원대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이처럼 한 도시의 독창적 문화 자산이 세계적 플랫폼으로 진화했을 때 발휘하는 가치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산업 지형을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국내에도 이들 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잠재력 있는 축제가 있다. 조선 정조대왕의 을묘년(1795년) 화성 행차를 고증한 ‘능행차 공동 재현’이다. 세계인이 찾아오는 ‘글로벌 문화관광 허브도시’를 꿈꾸는 수원은 10월 열리는 이 행사에 주목하고 있다.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세계유산 지정 30주년
이재준 수원시장의 ‘문화관광 허브도시’ 구상은 단기적 관광객 증대에 머물지 않는다. 수원의 3대 가을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를 하나의 거대한 K콘텐츠 축으로 묶어 2030년 외국인 관광객 350만명, 2035년 600만명 시대를 연다는 장기 로드맵이다. 이를 통해 관광 총소비액 7조원 시대를 개막해 관광 소비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퍼지는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경기연구원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해 수원화성 3대 가을 축제에는 이미 방문객 112만명이 찾아와 604억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 내국인 만족도 87%, 외국인 만족도 97%라는 지표는 수원의 자산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역시 “19년간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 친구들이 방한하면 ‘꼭 수원에 가보라’고 권한다”며 “볼거리, 즐길 거리, 체험거리가 넘쳐 난다”고 전했다.
성공의 열쇠는 ‘초광역 연대’에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가 관통하는 7개 광역·기초 지자체가 단절 없이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필수다. 역사적 서사에 K푸드, K뷰티, K팝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하고, 정부의 국가사업 지정을 끌어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견되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상품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수원시는 2026년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과 202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30주년을 기점으로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공식 선언했다. 1500만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는 전방위 ‘빌드업’도 짜였다.
핵심은 차별화된 지역 콘텐츠다. 9~10월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새빛동락’과 수원화성문화제 외에 수원의 음식 문화를 접목한 ‘2026 수원꼬치페스타’가 첫선을 보인다. 정조대왕의 진찬연 음식인 ‘화양적(오색 꼬치)’과 ‘수원갈비꼬치’를 태국·인도 등 해외 요리와 함께 선보이며 K푸드의 매력을 각국에 퍼뜨릴 예정이다.
10월 중순 열리는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외에 수원수목원의 ‘밤빛정원’, 화성행궁 야간 개장 등도 이어진다.
수원이 보유한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구단을 결합한 ‘스포츠 로열 투어’는 이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궁중다과와 국궁, 확장현실(XR) 버스를 체험한 뒤 경기를 관람하며 특유의 응원 문화를 즐기도록 짜였다. 해외에서 단체 예약이 폭주하면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맨유 레전드도 반했다… 역사와 첨단의 공존 도시
글로벌 외연 확장도 파격적이다. 지난 4월 수원이 배출한 ‘축구 영웅’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동료인 퍼디낸드, 에브라, 판데르사르, 안데르송 등 월드클래스 레전드 13명을 수원으로 초청했다. 이들이 연무대에서 국궁을 쏘고, 화성어차를 탄 뒤 수원 왕갈비를 맛보는 영상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300만회를 돌파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영상 공개 후 연무대 국궁 체험객은 전년 동기 대비 33.3% 급증하는 등 인바운드 관광 효과로 이어졌다.
수원시는 외국인 관광객의 원활한 소비를 돕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히 투자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의 협약을 거쳐 20개국 67개 해외 결제망을 연동, 도심 3만7000여개 가맹점에서 별도의 환전 없이 알리페이,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중국·일본·베트남·몽골 등 이주민 10명이 포함된 시민추진단과 20개국 140여명의 외국인 주민으로 구성된 민간 관광 홍보대사 ‘새빛 글로벌 프렌즈’도 함께 움직였다. 이들이 참여한 외국어 맞춤형 안내 체계와 ‘터치수원’ 앱에선 4개 언어로 제공되는 ‘수원맛집 100선’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수원시는 클루지나포카, 프라이부르크, 타운즈빌 등 해외 자매도시 행사에 홍보단을 파견해 수원 방문의 해를 알리고 있다.
1970년 인구 15만명에 머물던 수원은 이제 인구 120만명 넘는 특례시로 성장했다. 일자리·산업·교통·문화·복지의 변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민생 부담을 낮추고 문화관광과 첨단과학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세우는 대전환을 준비 중이다.
궁극적 지향점은 도심 한가운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역사문화의 정체성과 삼성전자 등 풍부한 연구 인력이 결합한 ‘첨단 직주근접 자족도시’다.
장밋빛 비전 뒤에는 넘어야 할 산도 명확하다. 과거 시내버스보다 기업 통근버스가 많았던 수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 규제에 묶여 대기업과 생산 인프라가 인근 도시와 외곽으로 이탈했다. 한때 90%에 육박했던 재정자립도는 45% 수준으로 떨어졌고, 도심은 군 공항 비행안전구역으로 묶여 고도제한 등 개발의 제약을 받고 있다.
수원은 이러한 한계를 ‘관광 산업’과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관광 소비를 진작해 골목상권에 돈이 돌게 하고 판교와 같이 산업과 주거, 일자리가 선순환하는 자족 기반을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수원을 단순 방문지가 아닌 체류형 관광도시로 바꾸기 위해 수원종합운동장 일대 스포츠 복합시설과 K팝 수원아레나 조성, 차세대 돔구장 추진, 숙박 인프라 확충도 계획됐다. 역사와 첨단산업, 문화와 스포츠를 결합한 수원의 거대한 실험이 K컬처로드라는 거대한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해 비상하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 “관광객 증가하면 소득 늘어… 관광, 경제 살리는 민생 정책”
“관광객이 증가하면 동네 식당 매출과 소상공인 소득이 늘고, 청년 일자리가 생깁니다. 관광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소비입니다. 수원을 관광객이 머무르며 소비하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재선의 이재준(사진) 경기 수원시장은 민선 9기 임기 동안 ‘수원’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표어는 ‘수원, 당신을 위한 관광도시(Suwon For You)’다. ‘2026∼2027년 수원 방문의 해’를 발판 삼아 전 세계인이 찾아와 머무는 글로벌 관광산업 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장의 민선 9기 핵심 공약 중 하나는 ‘문화관광 허브도시 조성’이다. 그는 1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관광은 문화정책이 아닌 민생정책”이라고 힘줘 말했다. 문화관광 허브도시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첨단과학연구도시 조성으로 연결하는 ‘수원 대전환’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미래 먹거리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혔다.
이 시장은 “수원 대전환은 시민 생활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며 “민선 8기에 뿌린 씨앗을 민선 9기 동안 결실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문화관광 허브도시 조성의 동력은 수원화성 3대 축제(수원화성문화제·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수원화성 미디어아트)이다. 특히 정조대왕 능행차를 기반으로 ‘K컬처로드’를 구축해 리우 카니발, 옥토버페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축제로 키워낼 방침이다.
이 시장은 “단순히 방문객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머물며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구축해 지역 경제로 온기가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수원이 가진 볼거리, 즐길 거리, 체험거리 등을 널리 알리고, 축제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관광도시를 완성할 마지막 열쇠로 ‘시민의 힘’을 꼽았다. 이 시장은 “여행을 떠나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결정적 요소 역시 주민들의 따뜻함과 친절”이라며 “수원을 찾는 관광객을 따뜻하게 맞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