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고기를 고단백 식품으로… ‘피시 파우더’ 탄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70년-글로벌 평화운동]

바다에서 찾은 답… 식량·기술·구호의 실천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제시한 해양비전은 수산업 육성이나 해양경제 구상에 머물지 않았다.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해양섭리의 목표였다. 문 총재는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나누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빵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1990년대 남미에서 본격적인 결실을 맺었다.
 

페데리코 프랑코 파라과이 전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브라질 판타날 인근 파라과이 레다(Leda) 양식장에서 양식사업과 어로기술 보급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남극 크릴새우 가공해 긴급 구호 식량 공급

 

브라질 판타날(Pantanal)의 자르딘 새소망농장과 파라과이 레다(Leda)에서는 광대한 유휴지를 개간해 농업과 양식사업을 추진했다. 열대 늪지와 모기떼, 극심한 더위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파라과이강을 중심으로 어로기술을 전수하고, 토종 어종인 빠꾸(Pacu) 양식 기반을 조성해 현지 주민들의 자립을 지원했다. 레다는 양식과 농업, 해양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국제 해양 거점으로 발전하며,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기르는 법을 가르친다’는 해양비전을 실천하는 현장이 됐다.

해양비전은 곧 식량 가공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문 총재는 상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생선과 남극 크릴새우에 주목했다. 이를 활용해 개발한 것이 피시파우더(Fish Powder) 이다. 즉, 미국에서 버려지는 고기를 가루로 만들어 기아 해결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피시파우더는 단백질 함량이 약 98%에 이르는 고단백 식품으로, 장기간 보관과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전이나 기근으로 식량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아프리카와 발칸반도, 중앙아시아 등지의 긴급 구호식량으로 활용됐다.

문선명 총재가 미국 알래스카 코디악 국제수산회사(ISA)에서 피시파우더 등 수산물 가공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ISA는 수산물 가공과 생산의 중심기지였다.

식량 문제 해결은 기술 혁신으로도 이어졌다. 미국 알래스카 코디악에는 국제수산회사(ISA)를 설립해 생선 가공과 수산물 생산 기반을 구축했고, 미국 주요 도시와 일본으로 수출하는 국제 유통망을 갖추었다. 미국 플로리다 탬파와 앨라배마의 마스터마린(Master Marine) 조선소에서는 기존 선박 제작 방식을 개선한 석고몰드 신건조공법을 개발했다. 이 공법은 값비싼 금형 없이도 소형 어선을 짧은 기간 안에 건조할 수 있어 생산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였다.



이 조선기술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1988년 목포에 일흥조선을 설립해 레저용 보트와 화물선, 여객선 등을 건조·수리했고, 1999년에는 울산의 INP 중공업을 인수해 화학제품 운반선 등 특수선박을 생산했다. 이어 석고몰드 신건조공법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으며, 2011년 2월에는 이 공법으로 제작한 천정호(天艇號)를 여수에서 진수했고, 동년 8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같은 방식으로 크루즈급 보트 ‘원모선(圓母船)’을 제작해 진수했다. 가라앉지 않는 낚싯배로 알려진 ‘원호프’ 역시 이러한 기술 개발의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 이러한 기술은 선진국이 독점하던 조선기술을 보다 많은 나라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기술 공유’의 철학을 담고 있었다.

수산물 유통 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었다. 가정연합 계열의 트루월드그룹(True World Group)은 미국 전역에 현대적인 냉동물류 시스템과 수산물 유통망을 구축했다. 당시 미국에서 생소했던 참치회와 다양한 수산식품을 보급하며 미국 최대 규모의 수산물 유통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는 기업의 성장을 넘어 동양의 식문화와 서양의 유통 시스템을 연결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원모호’ 진수식. 원모호는 해양레저와 관광, 교육을 접목한 미래 해양문화의 상징이다.

국제수산회사·신조선 공법… 수산물 유통 새 장

 

이처럼 남미의 양식사업과 피시파우더 개발, 국제수산회사(ISA), 마스터마린 조선기술, 트루월드그룹의 유통망은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바다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기술을 나누며, 국가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가정연합의 해양비전은 산업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산업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수단이었고, 기술은 함께 나누기 위한 자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