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한학자 총재의 해양평화 비전은 국제평화고속도로 프로젝트에서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1981년 제10차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서 제안된 한일해저터널은 부산과 일본 규슈를 연결해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자는 구상이었다. 오랜 갈등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바다를 협력과 교류의 길로 바꾸자는 발상이 담겨 있었다.
이 구상은 2005년 천주평화연합(UPF) 창설과 함께 베링해협 교량·해저터널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해 유라시아와 아메리카를 하나의 육상 교통망으로 잇는 국제평화고속도로 구상이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이를 군사적 대립과 분단의 상징이던 국경을 협력과 공동번영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인류 공동 프로젝트로 제시했다. 막대한 군사비를 전쟁 준비가 아닌 인류의 미래를 위한 교통·물류 기반시설과 평화 인프라 구축에 돌리자는 제안이었다.
막대한 군사비, 교통·물류 등 인프라 구축 전환
해양비전은 물리적인 연결을 넘어 새로운 생활문화로도 확장됐다. 2012년 출범한 해양특별교구는 바다를 신앙과 인성교육, 환경보전이 결합된 영성 수련의 장으로 발전시켰다. 거친 자연 속에서 절제와 책임,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해양교육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문선명 총재가 오래전부터 강조했던 해양레저와 취미산업 역시 소비 중심의 여가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문화를 지향했다.
이러한 구상을 아우르는 개념이 바로 신태평양문명권이다.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21세기를 대서양 문명에서 태평양 문명으로 전환되는 시대라고 보았다. 환태평양 지역에는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살고 있으며, 세계 경제와 물류, 자원의 중심도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두 분은 이러한 시대에 강대국 중심의 패권 경쟁이 아니라, 환태평양 국가들이 협력과 공생의 질서를 만들어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태평양문명권은 해양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 대륙과 해양,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명 구상이다. 그 바탕에는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이라는 이상과 공생·공영·공의의 가치가 놓여 있다. 바다는 더 이상 국가 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생명 자산이며, 함께 지키고 함께 활용해야 할 미래의 터전이라는 인식이다.
동양·서양, 대륙·해양 잇는 신태평양문명권 주창
오늘날 인류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식량안보, 에너지 위기, 해양오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인간성의 위기까지 복합적인 문명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자연과 인간, 기술과 생명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발전 모델이 요구된다.
돌이켜 보면 1959년 경기도 야목의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물고기 잡기 교육과 1963년 인천에서 출항한 천승호는 단순한 해양 활동의 시작이 아니었다. 제주와 글로스터, 알래스카 코디악, 남미 판타날과 레다, 여수와 거문도, 그리고 국제평화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긴 여정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그 답을 바다에서 찾고자 했다. 바다는 식량을 공급하는 창고이자 미래 자원의 보고였으며, 사람을 키우는 학교이자 국가를 연결하는 길이었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 동양과 서양, 과학과 영성, 국가와 국가를 하나로 잇는 새로운 문명의 무대였다.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남긴 해양비전은 바다를 개발하는 기술보다 사람을 살리고 세계를 연결하는 철학을 먼저 제시했다. 그 철학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생태문명과 국제협력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 앞에서 여전히 새로운 질문과 가능성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