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내놓은 잠정실적이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그런데 사상 최대 실적을 확인한 뒤 나온 숫자는 목표주가 상향이 아닌 하향이었다.
키움증권은 11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9만원에서 35만원으로 10.3% 낮췄다. SK하이닉스도 2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4.5% 내렸다. 두 종목 모두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했다.
실적은 최고인데 목표가는 왜 낮아졌을까. 키움증권이 보는 위험은 올해보다 2027년에 있다. 지금 반도체 업체들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앞으로 범용 메모리의 공급이 얼마나 늘고 가격과 수익성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주가에 먼저 반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잘 팔려서 비싸졌는데…스마트폰·PC에는 부담
첫 번째 변수는 스마트폰과 PC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당장 실적 호재다. 반대로 메모리를 사야 하는 스마트폰·PC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이다.
가격이 계속 오르면 완제품 업체는 부품 구매량을 줄이거나 기존 재고를 먼저 소진하게 된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8일에도 삼성전자 목표가를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낮췄다.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이 높아진 부품 가격 때문에 추가 메모리 구매에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이유였다.
SK하이닉스 목표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26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보름도 안 돼 다시 210만원으로 내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수요를 스스로 누르는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
◆진짜 경고등은 2027년 공급 증가
더 큰 변수는 내년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장기 공급계약과 AI·서버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보다 공급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중국 업체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D램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PC용을 넘어 서버용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낸드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숫자로 보면 하향폭이 뚜렷하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414조원에서 352조원으로 15.0% 낮췄다. 2028년 전망치는 439조원에서 321조원으로 26.9% 내렸다.
SK하이닉스도 2027년 전망치를 262조원에서 221조원으로 15.6%, 2028년 전망치를 266조원에서 207조원으로 22.2% 낮췄다.
2027년을 곧바로 ‘공급 과잉’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AI 서버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경우 공급 증가분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와 서버·PC·스마트폰 수요가 따라오는 속도의 차이다.
◆목표가 낮추고도 ‘매수’…결국 HBM
그런데도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범용 메모리의 수익성 둔화 가능성과 별개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 여력은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23만원, SK하이닉스는 142만원이다. 각각 목표가 대비 52%, 48%의 상승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이 주가 반등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 역시 범용 메모리 실적 전망이 낮아졌지만 HBM의 중장기 성장성이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빠르게 오른 만큼 앞으로는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를 함께 봐야 한다. 여기에 중국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까지 겹치면 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편에는 HBM이 있다. 202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가를 숫자는 단순한 매출 규모가 아니다. 범용 메모리의 마진 하락을 HBM의 출하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이 얼마나 메우느냐가 핵심이다.
역대 최대 실적 뒤 목표주가가 낮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이미 2분기 실적이 아닌 그 다음 숫자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