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HV) '프리우스'를 앞세워 북미 시장을 개척하는 등 도요타자동차를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로 도약시킨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전 사장이 8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이 12일 전했다. 향년 93세.
일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미에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5년 히토쓰바시대 졸업 후 도요타자동차판매(현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했다. 회계 부서에서 근무하다 필리핀으로 발령났다. 좌천됐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연체 자금 회수 협상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창업가 일원인 도요다 쇼이치로(1925∼2023)에게 발탁돼 1982년 이사로 취임했다.
도요타 미국 진출을 앞두고 '북미사업 준비실'에 합류해 부지 선정 업무를 맡았다. 미국 켄터키주 공장은 도요타의 북미 거점이 됐다.
1995년 8월 창업가 출신인 도요타 다쓰로(1930∼2017) 사장이 병으로 사임하자 후임 사장이 됐다. 1982년 도요타자동차판매와 도요타자동차공업이 도요타자동차로 합병한 뒤 창업가 일원이 아닌 사람이 사장에 취임한 것은 고인이 처음이었다.
당시 도요타는 국내 판매 점유율 하락과 해외 진출 지연으로 고심할 때였다. 고인은 도요타가 사내 조정에 지나치게 시간을 쏟는 '대기업병'에 걸렸다며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질타했다.
1998년 말 출시할 예정이던 첫 HV '프리우스'를 1997년 말 앞당겨 출시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차세대 자동차의 키워드로 '환경'을 내세우고 미국·유럽·아시아에 적극적으로 공장을 건설했다. 도요타의 세계 판매량이 급격히 늘자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때 "오쿠다가 무슨 말을 했느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일 자동차 협의 시 고인을 대상으로 한 도청 문제가 발각된 적도 있었다.
2002년에는 게이단렌과 일본경영자단체연맹(닛케이렌)을 합친 게이단렌의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등과 인맥을 활용해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했다. 2003년 1월에 발표한 '장기 비전'에서 인구 감소를 전망하며, 소비세율 인상과 외국인 노동력 수용을 과감히 제언했다. 실적 회복을 위한 안이한 직원 감축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