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용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수십억 원대의 주택도시기금 융자금을 갚지 않은 채 소유권을 넘겨, 입주민들에게 80억원 상당의 채무 폭탄을 떠넘긴 서울 소재 건설사 대표 등이 경찰에 구속됐다.
전남경찰청은 사기 혐의로 서울 소재 건설사 대표 A씨와 임대사업 업체 관계자 B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하면서, 아파트 신축 당시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빌린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은 채 입주민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건설사 채무를 입주민들에게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를 본 아파트는 1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무주택자 전용 임대아파트다. 입주민들은 최초 1억8000여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내고 거주하다가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을 받았다. 당시 가구당 최종 분양가는 2억2600만원가량으로 책정되어, 입주민들은 기존 보증금을 제외한 4000여만원의 추가 분양대금을 정상 납부했다.
그러나 A씨 등은 입주민들로부터 분양대금을 모두 받아 두고도 정작 금융기관에 주택도시기금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았다. 결국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은 상태로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입주민 100여 세대는 건설사가 갚아야 할 80억 원 상당의 융자금 채무를 억울하게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참다못한 입주민들은 지난 2024년 12월 A씨 등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당초 순천경찰서에서 담당하던 이 사건은 피해 규모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해 5월 전남경찰청으로 이첩됐다. 경찰은 1년여에 걸친 정밀 계좌 추적과 수사를 벌인 끝에 A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광주지법 순천지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 입주민들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양대금을 완납했음에도 사업자가 주택도시기금을 상환하지 않아 서민 입주민들이 채무 폭탄을 떠안았다”라며 “입주민들이 낸 분양대금이 어디로 유용됐는지, 기금이 왜 상환되지 않았는지 수사 기관이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구속된 A씨와 B씨를 상대로 분양대금의 정확한 사용처와 기금 미상환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