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향후 몇 년 이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제한적 공격으로 나토의 결의를 시험해볼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나토 역내에서 미국 다음가는 경제 규모를 갖춘 독일의 최선임 장성은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술 동원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카르스텐 브로이어 독일군 국방참모총장(육군 대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브로이어 장군은 독일 육·해·공군을 통틀어 유일한 대장 계급의 장성으로, 나토 차기 군사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브로이어 장군은 “나토 회원국, 특히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하이브리드 공격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리를 시험하고,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떠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색지대 전술’로도 불리는 하이브리드 공격은 군사적 수단과 비(非)군사적 수단을 혼합해 적국에 혼란을 일으키는 전술을 뜻한다. 정규군을 동원한 재래식 전투는 물론이고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 정치 공작 등 수단도 총동원해 적국 국민 사이에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러시아가 유럽 방공망을 정찰하고 취약점을 찾아내고자 조직적으로 드론(무인기)을 활용하는 중”이라고 단언한 브로이어 장군은 “회색지대 전술로 유럽 각국의 정부와 기관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서방과의 더 큰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경제와 군사력을 (전시 동원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WSJ는 미국 정보 기관에서 입수한 보고서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몇 년 이내에 나토 회원국에 대한 제한적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제한적 공격’의 형태로는 사이버 공격, 드론 등을 이용한 영토의 제한적 침입 등이 꼽혔다. WSJ는 러시아 군인들이 국적이나 소속을 완전히 숨긴 제복 차림으로 나토 회원국을 침략해 영토 일부를 점령할 수 있음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 같은 행동에 나서는 시기는 이르면 올가을부터 2029년까지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푸틴의 속내는 나토의 결의를 시험해보는 것이란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토의 결의’란 32개 회원국들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모두가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나토 조약 5조를 의미한다. 일명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로 불리는 이 원칙이 유사시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푸틴이 러시아 국민 최대 50만명을 상대로 은밀한 동원에 나서는 등 확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젤렌스키는 “새롭게 동원될 50만명을 전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내진 않을 것”이라며 “일부는 다른 유럽 나라들과의 국경 부근에 배치돼 상대방 국가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