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줄이겠다며 정책 대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올해 편성된 관련 예산의 97%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남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 축소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오히려 ‘결혼 페널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10조 원 넘는 청년 주택 대출 예산, 집행률은 겨우 3%?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 예산의 집행률이 3%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의 약 97%(10조 원 안팎)가 사실상 불용 처리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과거 80%~99%에 달했던 예산 집행률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 직접 대출 외에 시중은행과의 ‘이차보존(대출 이자 차액 보전)’ 방식을 혼용하면서 나타난 착시 및 기금 재정 관리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금리와 엄격한 대출 문턱 탓에 정작 자금이 필요한 청년·신혼부부 실수요자들에게 정책 자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 한 채 같이 샀을 뿐인데…” 부부 공동명의 1주택 ‘세금 폭탄’ 논란
청년 대출 기금 집행 부진과 함께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 대한 세제 불이익 문제도 불거졌다. 현행 세제 구조상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가 특례를 적용받더라도, 실거주 요건이나 보유 방식에 따라 기본 공제 한도가 18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축소되거나 공시가격 반영 비율에서 단독명의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결혼을 장려하고 주부의 재산권을 인정하기 위해 도입된 부부 공동명의가 오히려 다주택자에 준하는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한쪽에서는 결혼을 권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분가나 이혼을 유도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청년 정책대출 집행률 부진 지적과 관련해 “재정 당국과 협의하여 청년들의 전세 및 주택 구입 자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부 공동명의 세제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세부 내용을 재확인해 개선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은혜 의원은 “어떻게 청년은 대출을 막아 홈리스로 만들고 어르신들은 세금을 때려 지방으로 내려보내려 하느냐, 부부는 불가피하게 분가하라는 것이냐”라며 “저는 ‘수탈’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 모두가 집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정작 현실은 국민 모두가 안 하던 집걱정을 하고 살게 만들었다”며 정부 정책의 시정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