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와 키를 이용해 비만도를 판단하는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범위에 해당하더라도 허리둘레가 크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BMI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복부 지방의 분포를 허리둘레와 허리-엉덩이둘레비를 통해 함께 살펴봐야 심혈관질환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정상 체중인데 허리 굵으면 심혈관 위험↑
미국 존스홉킨스 시카론 심혈관질환 예방센터 마이클 J. 블라하 박사팀은 12일 미국심장학회지(JACC)에 BMI와 허리둘레, 허리-엉덩이둘레비를 함께 고려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과체중과 비만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BMI만으로는 근육량과 체지방을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특히 복부에 지방이 얼마나 쌓였는지도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15개 코호트에 참여한 25만9388명을 대상으로 BMI에 따른 정상체중·과체중·비만군에서 허리둘레(WC)와 허리-엉덩이둘레비(WHR)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얼마나 추가로 설명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부전,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전체 심혈관질환 및 관련 사망과 전체 사망 등 9개 결과를 살폈으며 추적기간 중앙값은 20년이었다.
분석 결과 BMI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위험군이 상당수 존재했다.
정상체중으로 분류된 사람 가운데 5%는 허리둘레가 높았고 18%는 WHR이 높았다. 과체중군에서도 각각 39%, 40%가 높은 허리둘레 또는 WHR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체중 또는 과체중이면서 허리둘레나 WHR이 임상적으로 높은 사람은 대부분의 심혈관질환 관련 결과에서 위험이 15~50% 높았다.
반대로 비만으로 분류됐지만 허리둘레가 낮은 사람은 9%였고, WHR이 낮은 사람은 45%에 달했다.
◆ 비만도 복부 지방 분포에 따라 위험 달라져
비만군에서는 복부 지방 분포에 따른 성별 차이도 나타났다.
비만이면서 허리둘레가 낮은 사람은 정상체중이면서 허리둘레가 낮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결과에서 유의한 위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전체 사망 위험은 오히려 낮았다.
WHR의 경우 남성은 비만이면서 WHR이 낮으면 정상체중이면서 WHR이 낮은 사람과 비교해 위험이 크게 높지 않았다. 반면 여성은 비만이면서 WHR이 낮더라도 9개 결과 모두에서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다만 WHR이 높은 비만 여성보다는 위험도가 낮았다.
연구진은 비만군에서 높은 허리둘레 또는 WHR과 관련된 인구집단 기여위험도가 13~49%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높은 허리둘레와 관련한 심부전과 심방세동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여위험이 나타났다.
허리둘레와 WHR은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내장지방은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관련성이 높은 반면 피부 바로 아래에 축적되는 피하지방은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BMI가 필요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BMI만으로 체중 상태를 평가하는 것보다 허리둘레와 WHR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논문 제1저자인 제이나 A. 다르다리 박사는 “BMI가 정상 또는 과체중 범위인 사람도 복부 지방 축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BMI에만 의존하면 다양한 심혈관 위험을 잘못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하 박사는 “허리둘레와 허리-엉덩이둘레비를 함께 보면 기존 BMI 기준으로 평가한 심혈관질환 위험을 다시 판단할 수 있다”며 “일차 예방을 위한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에서 BMI 전체 범위에 걸쳐 중심부 지방 분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