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염의 시대, 도시숲은 이제 시민 안전 인프라

올여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유럽의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에서도 40도를 웃도는 극한의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 수업이 중단되고, 야외 노동시간이 제한되는가 하면, 대형 산불이 잇따라 각국 정부는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유럽이 주목하는 해법이 바로 도시의 숲을 늘리는 일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2023년 시작된 ‘나무심기 청원’ 바움엔트샤이트(BaumEntscheid)에 3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고, 이를 토대로 2040년까지 도시의 나무를 44만 그루에서 100만 그루로 늘리는 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도시숲은 이제 경관이나 환경 목적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여름철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낮에는 외출이 어렵고, 열대야로 국민의 일상은 지쳐가고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 외벽은 낮 동안 흡수한 태양열을 밤늦게까지 내뿜어 도시를 더욱 뜨겁게 만든다. 우리도 도시 자체를 시원하게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해답이 바로 도시숲이다. 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잎에서 수분을 증산시키면서 주변 공기를 자연스럽게 식혀준다. 숲은 뜨거운 복사열을 줄이고 바람길을 형성해 도시의 열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의 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대프리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대구광역시는 1996년부터 30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폭염에 대응하는 데 힘을 보태왔다.

도시숲의 가치는 폭염 저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며, 빗물을 저장해 집중호우에 대응하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산림청은 도시숲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도시바람길숲과 기후대응도시숲을 조성해 도심의 열기를 낮추고 학교와 산업단지, 생활권 주변에 생활밀착형 녹지를 늘려 국민이 일상에서 숲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특히 도시의 구조와 지형, 여름철 바람의 흐름과 토지 이용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과학적인 도시숲 조성을 통해 폭염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평지가 많은 경기 평택시의 사례를 살펴보자. 산림 비율이 17%에 불과했으며 2020년대 초까지 황사와 미세먼지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다. 이에 3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으며 산림청과 함께 도시바람길숲을 조성하게 되었다. 사업이 완료된 2022년에는 녹색도시 전국 최우수상을 받았고, 2023년에는 평택시가 직접 백서를 발간했다. 이처럼 도시숲이 성공하려면 지방정부와 기업, 지역사회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지역 여건에 맞는 도시숲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전국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들께서 희망에 찬 새로운 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다. 혹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유독 여름철 폭염에 시달리고 있고 팍팍한 콘크리트 정글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도심의 자투리 공간에서부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방정부의 리더들과 시민들께 ‘폭염 해결사는 도시숲’이라는 제안을 드린다.

 

박은식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