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함께 사는 존재, 길고양이

최근 길고양이 관리를 둘러싼 두 개의 국민동의청원이 화제다. 하나는 급식을 제한하는 강한 법적 관리를 요구하고, 다른 하나는 급식을 금지하기보다 책임 있는 돌봄과 중성화를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먹이 제공과 중성화를 중심으로 하는 길고양이 돌봄을 동물복지의 틀로 담아왔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이 함께하는 중성화사업이 지속되면서 도심의 길고양이 개체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2025년 모니터링에서 조사 개체의 중성화율은 61.3%에 이른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돌보고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길고양이를 제거할 것인가 보호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라, 길고양이를 둘러싼 관계와 책임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도시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바꾼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근대 도시에서 개는 광견병이라는 공중보건의 위협과 함께 등록과 소유자의 책임이라는 강한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고양이는 달랐다. 인간 곁에 살면서도 반드시 특정 인간에게 속하지 않는, 자유와 소유의 경계에 있는 동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21세기 도시에서 길고양이는 급식으로 인한 생활환경 민원은 물론 야생동물 포식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문제의 중심에 있다. 이제는 길고양이를 사회적으로, 더 나아가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둘러싼 느슨한 책임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생겼다.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세계 각국과 도시들은 각자의 법적,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길고양이 보호와 관리에 대한 책임을 다양하게 규정한다. 프랑스는 중성화되고 식별되어 관리되는 고양이를 ‘자유생활 고양이(chat libre)’로 인정한다. 스페인은 ‘지역사회 고양이(gato comunitario)’를 도시의 문제나 해충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보호받아야 하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공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개체군으로 재규정했다. 로마는 길고양이뿐 아니라 그 군집과 살아가는 장소까지 보호한다. 소유하지 않고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관계를 맺었다면 책임도 생긴다.



책임은 길고양이만을 향하지 않는다. 오사카는 길고양이 급식 자체를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돌보는 사람이 남은 먹이와 분변을 치우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책임을 규정한다. 책임은 다른 생명에게도 향한다. 스페인은 길고양이를 원래 생활영역에서 제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보호지역의 생물다양성이나 보호 야생동물에 위해가 확인되면 재배치를 허용한다. 일본의 일부 섬에서는 희귀종 보호를 위해 반려묘 등록, 중성화, 실내 사육과 섬 반입까지 엄격하게 관리한다. 같은 길고양이라도 서울의 골목과 멸종위기 철새의 번식지에서 같은 방식으로 관리할 이유는 없다.

두 청원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길고양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모든 길고양이를 집 안으로 데려가거나 제거하는 것이 답일 수 없다. 그렇다고 이미 형성된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외면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고양이와 관계를 맺은 인간의 책임, 함께 사는 이웃에 대한 책임, 그리고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다른 생명에 대한 책임을 함께 인정해야 한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지금의 갈등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