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년 전 독일 베를린에 설치됐던 대한제국 공사관의 위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이후 강제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그동안 독일에서는 공관이 실제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서영희 한국공학대 교수가 이끄는 근대 기록 연구팀과 국립고궁박물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주독 대한제국 공사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주소 4곳을 찾았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1900년대 초 베를린 공공 주소록과 신문 기사, 공문서 등을 토대로 공사관 주소를 확인하고 독일 외무부 정치문서보관소에 남아 있는 대한제국 외교 문서와 공사관 거래 자료 등을 통해 이를 검증했다. 확인된 4곳 가운데 3곳은 당시 건물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레겐스부르거(Regensburger) 거리에 있는 나머지 1곳은 당시 건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1900년대 초 사진과 베를린 시내 지적도 등을 통한 추가 고증과 건물 내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국은 근대적 주권국가로서 외교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국에 상주 공관을 운영했다. 하지만 주독 공사관은 관련 자료와 연구가 거의 없어 그동안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옛 대한제국 해외 공사관 가운데 정부가 매입해 역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미국 워싱턴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유일하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의 옛 공사관 건물은 남아 있지만 주택이나 상가, 아파트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 교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주독 공사관 건물에 대한 심층 조사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번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