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를 만들어 불법 도박 사이트와 연계해 운영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직접 성착취물 사이트들을 만들어 수백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으고, 이들을 별도로 운영하는 도박 사이트로 유인해 470억원대 범죄 수익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컴퓨터공학 박사인 관리자가 경찰의 수년간 추적을 피해 사이트를 관리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3대는 필리핀 파사이시티 등에 근거지를 두고 ‘AGA Global’이라는 도박 사이트 솔루션을 개설∙운영한 A(40)씨와 사이트를 총괄 개발∙관리∙유지보수하던 B(36)씨를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해외 체류 중인 총책 C(54)씨와 필리핀 국적 관리책 D(53)씨 등 공범 13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 C씨의 경우 조직폭력배 부두목 출신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다가 2020년부터 직접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고, 이후 도박 사이트 개발을 의뢰받아 분양까지 하는 솔루션 형태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들이 운영한 불법 음란물 사이트는 2개, 도박 사이트는 18개며 총 587개 총판을 관리했다.
일당이 5년간 도박 사이트에서 관리한 총 베팅금은 약 4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충전금에서 출금한 금액을 제외하고도 476억원 상당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광고 수익을 제외하고 도박 사이트 운영 관련 부당이익만 집계한 것이다. 총책 C씨를 검거하면 부당 이익금이 추가로 확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당은 배너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는 기존 방식 대신 직접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를 도박 사이트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다. 성착취물 등을 보기 위해 사이트를 찾은 이용자들이 도박 사이트로 유입되는 방식이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2곳에 게시된 영상은 11만6250여개였으며, 가입 계정 285만여개, 게시물 누적 조회수는 53억5359만여회로 집계됐다.
경찰에 검거된 A씨는 필리핀 현지 운영책을 담당했다. B씨의 경우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로, 가상 서버나 웹 서버 보안 기술 등을 응용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조직은 이밖에도 인사팀, 음란물 사이트팀, 도박 사이트팀 등을 나눠 운영하는 기업형 구조로 운영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여성단체 고발 및 성착취물에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고려해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사이버 추적 기법을 활용하면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유로폴(Europol) 등 국제공조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했다. 지난 2일 A씨가 입국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인천공항 항공기 내에서 그를 붙잡았고, 지난 3일 B씨를 주거지에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불법 음란물·도박사이트 중 10개를 접속차단 및 복구 불구 상태로 폐쇄했고 나머지도 관련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남은 피의자들을 국제공조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하고 범죄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국세청과세자료 통보 등 몰수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 축적된 사이트 축적기법 및 관계기관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통해 불법 사이트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청은 성착취물 유포 등 불법 사이트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평등가족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불법 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시도청에도 불법 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