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갈라지고, 농심은 타들어가고… ‘최악 가뭄’ 경남, 저수율 1% ‘허덕’

소방동원령 발령… 역대 두 번째

마른장마에 폭염 겹쳐 피해 확산
밀양 등 4곳 농업용수 심각 단계
물탱크車 356회 2545t 긴급급수
대구·경북 8곳도 ‘가뭄경계’ 진입
“이 가뭄에 이렇게 물을 지원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벼가 바짝 말라가서 속이 탔는데 간만에 웃어보네요.”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12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운전리의 한 논에서 소방대원들이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11시30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한평생 벼농사를 지어온 류수곤(77)씨는 논으로 쏟아지는 굵은 물줄기를 바라보며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강원 동해소방서에서 달려온 소방 물탱크차가 류씨의 1000여평 논에 시원하게 물을 들이붓기 시작한 것이다. 6t의 물을 뿜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남짓. 타들어 가던 논바닥 전체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고사 직전의 벼를 살리기엔 그야말로 단비 같았다. 류씨 논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던 인근 농민도 소방대원들에게 “우리 논에도 물을 좀 대달라”며 호소했다.

 

같은 날, 경북 청도군 이서면 대곡저수지 현장 역시 사정은 처참했다.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저수지 바닥은 잡풀만 무성히 자란 채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흙먼지만 날렸다. 조일현(70) 청도군이장협의회장은 “기존 저수지 관정 4개로는 인근 500여 마지기(약 33만㎡)에 물을 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부권에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가 이어진 데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겹치면서 영남 전역이 최악의 가뭄 사태에 빠져들었다. 경남도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와 과수, 밭작물 등 농경지 2121㏊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 도내 18개 시·군의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33.3%로 평년(70.9%)의 절반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밀양·거제·함안·의령 4곳은 농업용수 가뭄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가 발령됐다. 전국에서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가 내려진 시·군은 이곳들뿐이다.

 

가뭄이 가장 심한 밀양의 저수율은 25.2%까지 떨어졌고, 백안저수지(1.3%), 웅동저수지(3.5%) 등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소방청은 11일 오후 8시를 기해 경남 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가뭄으로 인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것은 지난해 8월 강원 강릉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에서 물탱크차 200대와 인력 400명이 동원됐다. 가뭄이 심각한 밀양에 가장 많은 40대가 배치됐고 진주·사천·김해(각 20대), 양산(18대), 남해·하동(각 14대) 등 도내 급수 취약지역에 분산 배치됐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 물탱크차들은 1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총 356회에 걸쳐 2545t의 물을 긴급 공급했다. 이 중 농업용수가 2503t(351회)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양산에 509t(96회)이 공급돼 가장 많았고, 남해 384t, 김해서부 354t, 밀양 304t 등이 뒤를 이었다. 밀양에서는 밀양강에 대용량 배수펌프 시스템을 설치해 강물을 끌어올린 뒤, 물탱크차 5대에 동시에 분당 최대 8000ℓ의 물을 채워 넣어 현장으로 분주히 실어 날랐다. 소방당국의 급수 지원은 13일 오후까지 계속된다.

 

대구·경북 지역의 용수난 역시 극심하다. 대구 북구·동구·수성구·달성군과 경북 칠곡·청도·영천·경산 등 8개 시·군·구가 가뭄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 대구와 경산 등에 용수를 공급하는 운문댐 저수율은 24.8%로 떨어져 ‘심각’ 단계를 기록 중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전국의 가용 소방력을 신속히 투입해 가뭄으로 인한 국민 불편과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