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서 음주·흡연 ‘퇴출’… 최대 10만원 과태료 문다

서울시, 금지구역 지정 추진

입수·목욕 등 무질서 행위 제재
“공용 공간서 민폐 끼쳐선 안돼”
“한강은 되는데… 규제 과도” 분분
외국인 관광객 안내부족 지적도

최근 일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청계천에서 목욕을 하거나 동전을 줍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서울시가 음주·흡연·목욕 등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청계천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다 적발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도록 법령과 조례 정비에 나선다. 흡연·목욕 등에 대한 제재에 시민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과도하지 않은 음주에 대한 제재는 한강 등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12일 오전 청계천 산책로와 다리 곳곳에는 200∼500m 간격으로 설치된 ‘여름철 청계천 이용수칙’ 현수막에 “입수·흡연·음주·동물동반 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을 하거나 더위를 피하러 온 시민 대부분은 하천 옆을 걷거나 물가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하천 안에 들어가 다리까지 물에 담그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열대야가 한풀 꺾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여름밤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청계천을 따라 걷던 호주 여행객 프랜시스(29)씨는 “청계천을 걷는 동안 관련 현수막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며 “충분한 외국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글로 적힌 현수막 밑에는 영어와 중국어가 병기돼 있었지만 비교적 작은 글씨였다. 밝은 대낮이어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이 포착되진 않았다.



시는 앞으로 흡연·음주·목욕 등 무질서 행위에 대한 실질적 제재를 위해 관련 법령과 조례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금연·금주 구역 지정과 단속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목욕 등 다른 무질서 행위의 제재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연·금주는 관할 자치구가 청계천을 금연·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면 관련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상 과태료는 10만원 이하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다.

 

현행 ‘서울특별시 청계천 이용·관리에 관한 조례’ 제11조는 흡연·음주·낚시·수영·목욕·노숙·투기·방뇨 등에 서울시장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음주·흡연 등 무질서 행위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문화 차이로 인해 무질서 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과태료 부과 근거를 마련해 경각심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질서 행위 전반에 대한 제재 체계가 갖춰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연·금주만 별도로 추진할 경우 하반기 시행도 가능하지만 시는 목욕 등 다른 무질서 행위까지 가급적 한꺼번에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목욕 등 일부 행위는 관련 법령과 조례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행위별 제재 방식과 범위, 수위도 추후 논의를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다. 청계천이 관광지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강한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이용수칙 및 금지행위 안내 현수막 모습. 뉴시스

음주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모(29)씨는 “청계천은 시민이 함께 쓰는 공간이고, 시에서 수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곳이지 않나. 타인에게도 민폐가 되는 행동”이라며 제재에 찬성했다. 김은석(67)씨도 “나도 흡연자지만, 공용 공간에서 옳지 못한 행동이다. 청계천 산책로가 좁은 편이라 노상에서 흡연하면 다른 시민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평소 청계천에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금주 구역 지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윤경(28)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야외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즐기는 것까지 막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형평성을 놓고 보면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도 있다.

청계천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한강에서는 배달시켜서 (술과 함께) 잘 먹는데 청계천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이상하다”며 “민원 대응이나 단속 강화로도 충분한데 이슈 한 번으로 음주를 전면 금지하는 건 단순하고 과도한 방식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