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앞두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6일 강원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쏜 지 엿새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전 6시쯤 북한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700㎞ 이상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참은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초기부터 관련 동향을 추적 및 공유 해왔으며, 일본과도 북한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약 90㎞였고 690㎞쯤 비행했다. 떨어진 곳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은 원산 일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30㎞ 떨어진 강원 고성군 공현진 일대 해변에서 육안으로 관측됐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을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 통상 사거리 300∼1000㎞의 미사일은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탄도미사일 가운데 화성-11(KN-23)은 사거리가 700∼80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11의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화성-11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북한이 사용하는 만큼 러시아 인도를 앞두고 시험사격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화성-11 동체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태의 탄두를 결합한 화성-11마 계열이나, 중·장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16나를 사거리를 줄여 발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처음 공개된 화성-11마는 탄두가 바뀌면서 기존 화성-11보다 사거리가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이 지난 6일과 같은 기종을 재차 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에도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북한 관영매체는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1번째다. 특히 이번 발사는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UFS 연습을 닷새 앞두고 이뤄졌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훈련 중단을 요구하거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추가 무력시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이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도 겨냥했다. 대남 업무를 맡고 있는 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은 담화에서 한국의 핵잠 개발을 “반드시 대응해야 할 안전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핵잠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가자 이를 잠재적 핵능력 확보 움직임으로 규정하며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방부·합참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행위”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측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판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탄도미사일의 거듭된 발사를 포함해, 북한이 보이는 일련의 행동은 우리나라(일본)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국민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백용진 외교부 한반도정책국장과 데이비드 와일레졸 미국 국무부 동아태국 한·일 담당 부차관보, 아리요시 다카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이 전화 협의를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3국은 북한에 역내와 국제사회의 평화·안전을 위협하는 도발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일본 외무성은 이날 협의 내용과 대북 메시지를 담은 보도자료를 냈으나, 한국 외교부는 당국자가 관련 질문을 받으면 확인해 주는 데 그쳤다. 외교부는 국가안보실과 합참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정부 입장을 밝혔으므로 추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