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최초 연임’ 이민근의 도전 [오상도의 경기유랑]

181표 기적에서 30년 징크스 파괴까지…‘운동화 시장’의 대전환
ASV 경기경제자유구역·안산선 지하화 등 청사진 완성에 총력
AI·로봇 중심 산업 체질 개선…첨단·교통 대전환, 중단 없는 발전
“정치적 대립 넘어 소통·협치 결실…시민 삶 바꾸는 결과로 보답”
#. 14만9447표(50.43%). 지난 6월4일 새벽, 혈투 끝에 2600여표 차 역전승을 거둔 이민근 경기 안산시장은 곁을 떠나지 않고 밤새 자리를 지킨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회색 상의와 검은색 정장 바지 차림의 이 시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위대한 시민의 승리”라며 “갈등과 분열을 털어내고 오직 안산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통합 시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4년 전인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불과 181표(0.07%포인트) 차로 극적 승리를 거머쥐었던 이 시장이 ‘파란 물결’이 넘실대던 경기 남부지역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것이다. 

 

이민근 시장이 지난 6일 시청 집무실에서 인터뷰하며 도시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안산시 제공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30년간 현직 시장의 재선을 허락지 않던 ‘연임의 무덤’ 안산시. 표심의 가파른 변덕과 공천 파동 속에서 매번 주인이 바뀌던 징크스를 깨고, 시 최초의 ‘재선 시장’이란 기록을 쓴 이 시장은 변화의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기초의원으로 골목 민원부터 챙기며 성장한 ‘토박이 행정가’이기도 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일 이 시장의 시청 집무실을 찾았다. 청색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대기실까지 나와 반갑게 기자를 맞은 이 시장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거창한 대화가 오가기보다 가벼운 담소가 이어졌다. 올해 초 선거 직전 만남은 ‘최후의 만찬’ 분위기였다. 녹록잖은 정치 구도와 안산 특유의 진보색채가 어우러져 이 시장이 다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은 낮은 상태였다. 

 

이민근 시장(왼쪽)이 지난 6일 시청 집무실에서 기자와 대화하고 있다. 안산시 제공

◆안산 첫 연임 시장…“새벽 5시50분 ‘이겼다’”

 

화두는 자연스럽게 지난 선거 이야기로 옮아갔다. “50일을 남겨놓고 시장직을 정지시킨 뒤 선거 현장으로 갔는데 그때 정당(국민의힘) 지지율이 25∼28%가량 나왔어요. 앞선 연임 시장도 없는 상태에서 일대일 구도 역시 만만찮았죠. ‘이거 쉽지 않겠다’는 마음과 ‘그래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모두 들었어요. 그동안 시민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행정을 해보겠다며 대화를 많이 했고 기대치도 있었습니다.”

 

당시 개표 현장 분위기가 무척 궁금했다. 이 시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 “투표 이튿날 오전 5시50분쯤 갑자기 ‘이겼다’고 선언이 됐어요. 주변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이전까지 모두 숨죽여 있었죠. 개표 초반에는 조금 이겼어요. 그런데 사전투표용지가 개표되면서 2000표부터 시작해 1만5000표까지 뒤졌습니다. 조금 쉬러 이동했다가 다시 새벽 3시쯤 선거 사무실에 돌아왔던 것 같아요.”

 

선거 당일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밀리자 인근 선술집이나 카페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후 자정 무렵에는 사무실이 텅 비는 듯했다는 것이다. 

 

이민근 안산시장.

이 시장은 “승리가 선언됐을 때 가장 먼저 시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며 “고마움에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대립을 넘어 소통과 협치로 시민 삶을 바꾸는 결실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기간 단정한 양복과 구두 차림에서 다시 닳은 운동화로 갈아신은 이 시장은 인터뷰에서 “첨단·교통 대전환으로 중단 없는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안산사이언스밸리(ASV) 경제자유구역과 초지역세권·사동 89블록 개발 등 굵직한 사업들을 흔들리지 않게 추진해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그는 새벽 공단 화재와 폭우 수해 현장, 전통시장 등에 가장 먼저 나타나 챙기는 ‘운동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시청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보고를 받기보다 주민센터, 경로당, 청년 행사 등을 끊임없이 도는 ‘소통 마니아’다. 격의 없이 어울리며 친근한 화법으로 민원을 해결한다. 

 

이민근 안산시장.

◆‘해병 정신’ 소통의 비결?…온 가족이 해병대

 

이런 소탈한 스킨십과 추진력은 해병 정신에서 나온다. 미소년 같은 외모와 달리 해병대를 다녀온 이 시장은 두 아들 역시 해병대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도록 했다.

 

“사실 해병대에 자원한 건 스스로 (나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자유분방하게 불편함 없이 살다가 삶을 다듬어보겠다는 각오였죠. 군 생활하고 와서 좀 많이 바뀌었어요. 자기 주도적인 사고를 갖게 됐습니다. 인내하고 극기하고 협력하는 걸 배워온 거죠.”

 

이 시장은 두 아들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자 잠시 머뭇거렸다. 큰아들을 백령도 해병대에 보냈던 건 연평해전 이후였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들의 군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면회를 가지 않았다고 했다. 5살 터울의 작은 아들은 포항에서 해병대 생활을 했다. 같은 해병인 여자 친구와 함께 장기 복무에 도전했지만, 지난해 제대했다. 

 

이민근 안산시장이 6월4일 당선이 확실시 되자 함께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선거캠프 제공

장성한 두 아들은 이번 선거 때 아버지를 도왔다. 큰아들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졸지에 청년 백수가 된 큰아들이 요즘 이 시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중앙정치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안산시의원으로 3선을 한 뒤 의장까지 지낸 이 시장은 “딱 여기까지”라며 선을 그었다. 시장 3선 도전은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치적 지향점은 합리적 보수였다. 

 

지난 4년간 시장으로 일하며, 시장실에서 단 한 번도 신발을 벗지 않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시장실에 슬리퍼가 없다며, 그런 몸가짐으로 일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산의 미래를 도마 위에 올렸다. “시장직을 수행한다는 건 가족이나 선후배, 지인 등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기에 어찌 보면 공허한 일입니다. 그런데 또 열심히 하다 보면 시의 성장이 보이고 5년, 10년 뒤 도시의 가치와 미래가 떠올라 행복합니다. ‘내가 사는 도시 안산이 너무 좋다’는 다음 세대들의 얘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이민근 시장(가운데)이 시설 점검을 위해 관계자들과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안산시 제공

◆“변화·체감의 시간…미래 세대 위한 도시 만들 것”

 

민선 9기 시정의 역점 사업은 단연 ASV와 안산선(4호선) 지하화 통합개발이다. 제조업 중심이던 반월·시화산업단지의 고도화로 인공지능(AI)·첨단로봇, 스마트제조 분야의 산학연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앵커 기업 유치와 국제학교 설립 등을 통해 약 8조4000억원 경제효과와 3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선도사업인 안산선 지하화로 단절된 도심을 하나로 연결하고, 상부 공간을 녹지·문화·보행이 어우러진 미래형 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도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안산선 자이역 신설과 대부도 연장, 방아머리 국가어항 개발, 대송단지 말산업 연계 개발 등은 최우선 교통 과제로 추진된다. 대부도가 가진 관광자원을 농업과 접목하려는 복합개발 역시 생태·관광이 공존하는 사례로 꼽힌다. 

 

이 시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에 따라 이동민원실을 가동했다”며 “오직 안산의 발전과 시민 행복만을 바라보고, 살기 좋은 혁신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시절 안산시장을 보며 언젠가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으며 성장한 만큼 받은 것을 다시 시민과 지역사회에 돌려드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삶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