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의 ‘버스 하우스’ 구상을 직격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개봉 세이지움’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개봉역 인근의 개봉 세이지움은 총 605가구 규모의 청년안심주택으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에게 역세권 양질의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 공공임대 96가구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선매입 177가구, 민간임대 332가구로 구성돼 있다.
오 시장은 사업 현황을 보고받은 뒤 세탁실·체력단련실·도서관 등 커뮤니티 공간과 실제 주거 공간을 둘러보고 입주 청년 3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들은 주거비, 대출, 재계약 등 주거와 관련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 청년은 월세 상승으로 생활비까지 줄여야 했던 상황에서 청년안심주택에 당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입주 후 절약한 주거비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청년들에게 집이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청년에게 주거는 ‘삶의 사다리’여야 하지만 오히려 삶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세가 오르면 청년들은 그만큼 밥값을 아끼고 자기계발을 미루고 저축을 포기하게 된다”며 “집값과 임대료가 함께 오르면서 열심히 일해도 다음 단계로 올라설 종잣돈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의 버스 하우스 구상을 겨냥해 “최근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주택으로 활용하자는 황당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도 청년들에게 주거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황 의원은 청년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폐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개조해 활용하자고 제안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오 시장은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하나하나 촘촘히 놓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을 비롯해 대학가 인근 원룸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서울형 새싹원룸’, 주거 안정과 자산 형성을 동시에 지원하는 ‘디딤돌주택’, 계약금 납부 즉시 소유권을 이전받고 잔금은 20년간 장기 할부로 납부할 수 있는 ‘바로내집’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30년까지 청년주택 총 7만4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공급 외에도 월세와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관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오 시장은 “청년이 서울을 떠나는 이유가 집이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으로도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는 일에 서울시의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계획이 아닌 성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