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이렇게 쓰는 것”…사비 30억 내놓은 김승연, 6만9000명 챙긴 ‘통 큰 한방’

2004년부터 임직원 자녀 수능 선물…누적 수령자 약 8만명
‘기러기 아빠’ 직원에 가족 만남 지원…누리호 성공 뒤엔 참여 직원 이름까지 챙겨
성과보다 사람 먼저…직원 넘어 가족까지 살핀 ‘김승연식 사람 경영’

때로는 말 한마디보다 밥 한 끼가 더 큰 위로가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임직원을 챙기는 방식이 그렇다. 거창한 구호보다 먼저 사람을 살피고,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들여다본다.

 

이번에는 통 크게 ‘밥’을 샀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한화그룹 임직원 6만9000여명의 자택에 삼계탕·갈비탕·설렁탕 등으로 구성된 여름 보양식 세트를 보냈다. 비용은 30억여원. 회사 돈이 아니라 김 회장이 사비를 내놓아 마련했다. 임직원 1명당 약 4만3000원꼴이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김 회장은 동봉한 편지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작은 정성이나마 가족의 건강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보양식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30억원이라는 액수 때문만은 아니다. 김 회장의 ‘사람 챙기기’가 일회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04년부터 임직원 자녀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챙겨왔다. 매년 수능을 앞두고 합격 기원 선물과 격려 편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21년째 이어진 이 행사로 지난해까지 선물을 받은 임직원 자녀는 약 8만명에 달한다. 2025년에도 4300여명의 수험생에게 선물을 보냈다.

 

가족을 위한 배려도 있었다. 2007년에는 가족을 해외로 유학 보내고 국내에 홀로 남은 이른바 ‘기러기 아빠’ 직원들을 위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휴가와 비용을 지원했다. 구성원을 단순한 회사의 일원이 아니라 가족을 둔 한 사람으로 바라본 셈이다.

 

성과를 낸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이런 면모는 드러났다. 누리호 발사 성공 당시에는 개발에 참여한 한화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직접 이름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거대한 프로젝트의 성공을 치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만들어낸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기억했다.

 

이런 행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람’이다. 수험생 자녀와 가족,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을 일군 직원까지 대상은 달랐지만 함께한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챙긴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았다. 강한 추진력과 승부사 기질로 유명한 경영자에게 ‘의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내 사람은 내가 챙긴다’는 김승연식 리더십이다.

 

30억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큰돈이다. 하지만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그 돈의 출처와 향한 곳이다. 회사의 복지비가 아니라 김 회장 개인 재산으로 마련한 보양식이 6만9000여명의 임직원 가정에 전달됐다.

 

2004년 수능을 앞둔 자녀들에게 보낸 작은 선물에서 시작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직원을 위한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고, 우주산업의 역사적인 순간을 만든 직원들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리고 2026년 여름, 6만9000여명에게 30억원어치 보양식을 보냈다. 3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당신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