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7900만원 찍었던 비트코인, 요즘 근황 봤더니…9000만원선 ‘불안한 줄타기’

호르무즈 해협발 유가 불안에 위험자산 투자심리 ‘흔들’
Fed 통화정책 불확실성·클래리티법 처리 지연까지 겹쳐
美 비트코인 ETF 자금 유입·고래 매집은 반등 기대감 키워

비트코인(BTC) 가격이 9000만원선 안팎에서 불안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클래리티 법’ 처리 지연과 스트래티지의 매도까지 겹쳤다. 다만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고래’들의 매집세가 나타나는 등 반등 신호도 감지된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12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1시4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7만1000원(0.08%) 오른 897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9000만원선을 밑돌고 있지만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코인마켓캡에서도 0.46% 하락한 6만3695달러를 기록하며 6만3000달러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1억7900만원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비트코인의 발목을 잡은 최근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해 온 파키스탄 측은 양국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고 자국의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해협을 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가 상승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실제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4% 오른 배럴당 88.91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3% 상승한 배럴당 83.20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날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6월의 3.5%보다 상승률이 둔화했고, 전월 대비로는 0.1% 올랐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해 6월의 2.6%보다 둔화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였다. 7월 CPI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까지 둔화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앞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3000명 감소했다. 다만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지만 위원 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매파적 동결’로 해석했다. 당시 동결에 찬성했던 리사 쿡 연준 이사마저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이유다.

 

가상자산 시장 내부의 악재도 있다. 클래리티 법은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분류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나누는 것을 핵심으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윤리조항을 둘러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처리가 9월 이후로 미뤄졌다.

 

스트래티지의 매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스트래티지는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비트코인 1638개를 매도한 데 이어, 8월 3일부터 9일까지도 1690개를 팔았다. 두 차례 매도 규모만 3328개에 달한다. 첫 번째 매도 규모는 약 1억473만달러였으며, 두 번째 매도 규모는 약 1억860만달러였다. 다만 연내 비트코인 매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는 스트래티지 목표주가를 212달러에서 186달러로, 비트코인 목표가를 11만1000달러에서 9만8000달러로 각각 낮췄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반면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지표도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소소밸류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약 8억53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달 순유입액 1억7200만달러보다 약 5배 많다. 반면 지난 6월에는 45억1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고래’들의 움직임도 긍정적인 신호로 꼽힌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엑스알피(XRP)를 대량 보유한 투자자들이 가격 조정 국면에서도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약세장 후반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매집 양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망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열풍이 ‘신용 버블’로 번진 뒤 붕괴하면 정부가 대규모 통화 공급에 나설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100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시장의 핵심 수요 엔진이 사라진 상태라며 투자자 이탈이 이어질 경우 올해 말 비트코인이 4만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투자심리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이날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은 -0.42%로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낮았다. 공포·탐욕지수는 29로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미국 물가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고 상승률도 둔화했지만 비트코인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연준의 통화정책이라는 거시 변수와 ETF 자금·고래 매집이라는 수급 변수가 맞물린 가운데, 비트코인이 1억원선을 회복할지 추가 하락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