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강진이 잇따르면서 지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에서 연쇄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일본 구마모토현과 콜롬비아에서 규모 7 전후의 강진이 일어났다. 대규모 인명 피해까지 겹치며 전 세계 지각 활동이 한층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상 최근 들어 지진이 더 빈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기후변화가 장기적으로 지각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잇따르면서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계 곳곳 강진… 사상자도 속출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8월13일 현재 올해 전 세계에서 규모 7.0 이상 지진은 10차례 발생했다.
이어 8월10일 콜롬비아 서부 초코주 산호세델팔마르에서 규모 7.4 강진이 발생했다. 페레이라·칼리 등지에서 건물 붕괴가 보고됐고, 콜롬비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2일 기준 사망자 260명을 넘어섰다. 건물이 다수 무너져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구에서 가장 지각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 조산대에서는 지난해에도 여러 건의 지진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8.8이었다. 인구가 드문 해상에서 발생해 규모에 비해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제한적이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큰 강진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필리핀 다바오 해역에서도 1월 규모 7.4 강진 이후 중강도의 여진이 이어지며 해안가 주민들이 장기간 대피해야 했다.
지난해 지진에 따른 인명 피해는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특히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규모 7.8)으로는 약 5만9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 10월에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약 1500명이 사망했다. 이들 지역의 경우 얕은 진원과 지진에 취약한 흙벽돌 가옥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
2024년도 큰 지진이 다수 있었다. 1월1일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한 규모 7.6의 강진은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상 최고 단계인 진도 7을 기록했다. 이 지진으로 299명이 숨지고 와지마시의 상징인 아침시장이 대규모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4월에는 대만 화롄 해역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18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다쳤다. 이는 대만에서 1999년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의 최대 규모였다. 8월 일본 미야자키현 해역에서는 규모 7.1의 지진이 일어났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일본 기상청은 이를 계기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보)’를 발표했다. 규모 8∼9급 초거대 지진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전역에서 여행 취소와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지진 빈도 추세는 ‘변화 없음’
장기적 추세를 봤을 때 최근 지진이 특별히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진도 7.0 이상 강진의 연평균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1990년대 14.7회, 2000년대는 12.7회, 2010년대는 14.9회였다. 2020년대 들어서는 지난해까지 연평균 14회로 오히려 2010년대보다 소폭 낮다.
규모 6.0대 연평균 지진 횟수 역시 1990년대 약 135회, 2000년대 142회, 2010년대 134회, 2020년대 잠정 113회 수준으로, 최근 들어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최근 3년의 기록도 비슷하다. 2024년은 규모 7 이상 강진이 10회로 평년보다 적었고, 2025년은 16회로 장기 평균 수준이었다. 올해도 남은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평년 범위에서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
연도별 편차는 있지만 이런 증감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몇 년 새 지진 활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USGS는 지난 2월 ‘지진이 늘어나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지진 활동의 일시적 증가나 감소는 지진 발생률의 정상적인 변동의 일부”라며 “전 세계적인 증감 자체가 대형 지진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진 위험은 단순히 발생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인구 밀집 지역 인근의 얕은 진원에서 발생하면 체감 충격과 실제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최근 커진 불안은 지진 횟수 자체보다 도시와 인구가 지질학적 위험 지대에 얼마나 밀집해 있는지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USGS가 지진 규모와 함께 인구 밀집도, 건물 취약성을 반영한 피해 추정 지표(PAGER)를 중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진의 변수로 떠오른 ‘기후변화’
전 세계가 이상기온과 산불,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강진까지 잇따르면서, 기후위기와 지진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기후변화가 지진을 직접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연구들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가 거대한 지각계에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가해 지진이나 화산 활동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하버드대 소피 콜슨 연구진은 2021년 발표한 연구에서 21세기 들어 가속화된 극지방의 빙하 해빙이 지표면의 하중을 빠르게 바꾸고, 그에 따른 지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빙하 인근에 그치지 않고 수천㎞ 떨어진 단층에도 물리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진이나 화산 활동의 시기와 빈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윌리엄 프랭크 교수와 일본 연구진도 2024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 노토반도의 지진 활동을 추적한 결과, 기록적인 폭설과 폭우가 지하 응력 상태를 바꿔 지진 활동의 시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진의 근본 원인은 판 구조 운동이지만, 강수와 적설 같은 기후 요인이 ‘2차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기온 상승에 따른 빙하 융해가 지구 전체의 질량 분포를 바꾸고, 그 결과 지각의 미세한 변형은 물론 자전축 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변화가 곧바로 대형 지진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구 시스템 전체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무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강수 패턴 등 기후변화의 결과가 장기적으로 지각계에 압력을 더하면서 지진과 화산 활동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윌리엄 맥과이어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 ‘흔들리는 거인’에서 “이미 준비된 지진 단층이나 화산이 있는 곳에서는, 기후변화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과열된 지구가 낳는 온갖 위험한 부산물들, 특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에 대해서도 예상치 못한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