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절벽서 목숨 걸고 수확… 오스트리아 와인이 ‘미친 풍미' 내는 비결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④주요 산지/니더외스터라이히>

오스트리아 전체 포도밭 면적 60% 차지

세계 최대 그뤼너 펠트리너 생산지로 명성

오스트리아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심장’

바하우·크렘스탈·캄프탈이 핵심 산지

오스트리아 와인 이미지.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도나우강을 따라 계단식 밭이 펼쳐지는 니더외스터라이히의 바하우. 노이지들러 호수의 물안개가 귀부병을 부르는 부르겐란트.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에 포도나무를 심은 슈타이어마르크까지. 오스트리아 와인 지도는 산지 하나하나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수도 빈부터, 알프스 산자락에 흩어진 손바닥만 한 밭까지, 작은 나라 안에 이토록 다채로운 산지가 들어차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오스트리아 와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니더외스터라이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österreich)

 

도나우강이 혈관처럼 가로지르는 니더외스터라이히는 오스트리아 최대 와인 생산지입니다. 포도밭 규모는 2만6732ha로 오스트리아 전체 포도밭 면적의 60%가량을 차지하며, 생산량 기준으로도 국가 전체 와인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압도적인 1위 산지입니다. 전 세계 그뤼너 펠트리너(Grüner Veltliner)의 75%가 오스트리아에 심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90% 이상이 니더외스터라이히 한 곳에 몰려 있습니다. 또 화이트 품종 비중이 78%에 달해 이곳이 오스트리아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심장부라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산뜻한 스파클링부터 묵직한 화이트, 우아한 레드, 귀부 스위트 와인까지 폭넓게 아우릅니다. 이 안에 8개의 세부 산지가 있습니다.

 

바하우.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하우(Wachau·1285ha)

 

바하우는 면적이 1285ha에 불과한 좁은 계곡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지질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지층을 품고 있어 놀랄 만큼 복잡한 떼루아를 갖고 있습니다. 경사면 가장 높은 곳, 계단식 밭이 아찔하게 쌓인 자리에는 편마암·각섬암·화강암·운모편암으로 이뤄진 단단한 원생암이 버티고 있습니다. 척박하고 배수가 지나치게 좋다 보니 포도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지하 깊숙이 뻗어 내리는데, 바로 이 몸부림이 리슬링(Riesling)에 날카로운 미네랄과 훈연 향을 새겨 넣습니다. 반면 계곡 하단부와 완만한 언덕에는 빙하기에 바람이 실어 나른 미세한 점토질 가루, 뢰스가 두툼하게 쌓여 있습니다. 영양분이 넉넉하고 수분을 오래 붙잡아두는 이 흙에서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품종 그뤼너 펠트리너가 가장 화려하게 만개합니다.

 

바하우.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하우 와인의 팽팽한 긴장감은 흙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동쪽 판노니아 분지(Pannonian Basin)에서 밀려오는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와, 북서쪽 발트피어텔(Waldviertel) 숲에서 흘러내리는 차갑고 습한 공기가 이 좁은 계곡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힙니다. 낮 동안에는 도나우강 수면이 햇볕을 반사해 포도가 충분히 당분과 향을 쌓아 올리고, 밤이 되면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산도를 팽팽하게 조여 신선한 과실향을 지켜냅니다. 이렇게 낮과 밤의 기온차가 극단으로 벌어지는 계곡에서 자란 포도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독특한 균형감을 갖게 됩니다.

 

바하우.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이런 조건에서 태어난 바하우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고 응축도 높은 드라이 화이트의 표본'으로 평가됩니다. 이웃한 독일 리슬링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질감은 크리미하지만, 알자스 와인처럼 무겁게 퍼지지 않고 칼날 같은 산미가 끝까지 중심을 잡아줍니다. 원생암 토양에서 자란 와인일수록 부싯돌을 부딪힐 때 나는 듯한 쨍한 미네랄과 스모키한 뉘앙스가 두드러집니다. 리슬링은 잘 익은 살구와 복숭아 향에 찌릿한 미네랄과 팽팽한 구조감을 더합니다. 그뤼너 펠트리너는 백후추의 스파이시함과 잘 익은 자몽·시트러스, 허브 향을 입안 가득 채우는 묵직한 텍스처로 응답합니다. 최고급 밭에서 나온 와인일수록 새 오크를 거의 쓰지 않고 젖산 발효도 피하는데, 이는 포도와 흙이 만들어낸 본연의 청량감을 조금도 흐리지 않겠다는 생산자들의 고집입니다. 그 결과 수십 년을 버티는 놀라운 숙성 잠재력이 병 속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바하우 돌담.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하우.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하우는 1983년 설립된 지역 와인 생산자 협회 비네아 바하우(Vinea Wachau)를 통해, 와인의 자연 알코올 도수와 수확 시 숙성도에 따라 독자적인 세 가지 등급을 레이블에 표기합니다. 모두 잔당이 거의 없는 완전한 드라이 스타일입니다. '슈타인페더'는 최대 11.5%로 가장 상큼하고 대중적인 스타일입니다. '페더슈필'은 11.5~12.5% 사이에서 우아함과 깊이의 균형을 잡습니다. 12.5%를 넘어서는 가장 응축된 최고급 와인에는 '스마라그드'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이는 바하우의 돌담 위에서 볕을 쬐며 살아가는 에메랄드빛 도마뱀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약 200개, 재배 면적은 1000ha이며 이 중 35%가 경사지 밭입니다. 바하우는 이 전통 등급과는 별개로 2020년 빈티지부터 게비츠바인(지역급)·오르츠바인(마을급)·리덴바인(단일 포도밭급) 3단계로 이뤄진 바하우 DAC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크렘스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크렘스탈(Kremstal·2242ha)

 

도나우강이 크렘스(Krems)에서 방향을 크게 꺾는 지점, 그 물굽이를 따라 세 가지 전혀 다른 흙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크렘스탈은 이 세 얼굴의 땅이 하나의 이름 아래 공존하는 산지입니다. 서쪽 크렘스 시가지와 슈타인(Stein) 지구는 바하우와 지질학적으로 한 몸입니다. 편마암·화강암 계열의 원생암 고지대에 급경사 테라스가 매달려 있고, 척박한 땅에서 뿌리를 깊게 뻗은 리슬링이 바하우 못지않은 팽팽한 산미와 찌릿한 미네랄을 냅니다. 파펜베르크(Pfaffenberg)와 쾨글(Kögl) 같은 명포도밭이 이 구역의 간판입니다.

 

크렘스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동쪽 로렌도르프(Rohrendorf)·게더스도르프(Gedersdorf)로 넘어가면 풍경이 완전히 바뀝니다. 빙하기가 실어다 놓은 두터운 황토 테라스가 펼쳐지고, 수분을 오래 쥐고 있는 이 흙에서 그뤼너 펠트리너는 둥글고 풍만한 질감에 알싸한 백후추 향을 가득 품습니다. 그리고 도나우강 남쪽, 천년 고찰 고트바이크 수도원(Stift Göttweig)이 내려다보는 자리에는 자갈과 모래, 점토가 뒤섞인 퇴적토가 자리 잡아 마시기 편안한 화이트를 빚어냅니다.

 

낮에는 판노니아 평원의 더운 바람이 계곡 깊숙이 열기를 밀어 넣고, 밤에는 발트피어텔 숲의 서늘한 공기가 내려와 산도를 다시 조입니다. 이 극단적인 일교차가 크렘스탈 와인의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해외 매체들이 크렘스탈을 두고 '바하우의 훌륭한 대안이자 캄프탈의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영리한 선택'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리슬링은 살구·복숭아의 화사한 핵과 향에 자몽 뉘앙스를 더하고, 그뤼너 펠트리너는 바하우보다 한결 둥글고 풍만한 질감으로 답합니다. 전체 생산량의 85%가 화이트지만,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피노 계열과 소량의 츠바이겔트(Zweigelt) 레드도 알음알음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크렘스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크렘스탈은 2007년 빈티지부터 'Kremstal DAC'라는 원산지 명칭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이름은 오직 그뤼너 펠트리너와 리슬링, 두 품종의 드라이 와인에만 허락됩니다. 등급은 네 단계입니다. 크렘스탈 전역의 포도를 섞어 신선하고 가벼운 인상을 주는 게비츠바인은 최소 알코올 11.5%, 크렘스·슈타인 같은 마을의 개성을 담은 오르츠바인은 12%, 파펜베르크·쾨글·바흐트베르크(Wachtberg) 등 위대한 단일 포도밭에서만 나오는 리덴바인은 12.5%를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늦게 수확해 응축미를 극대화한 리저브는 13% 이상으로, 은은한 귀부와 오크 터치까지 허용되는 유일한 등급입니다. 크렘스 시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슈타트 크렘스(Weingut Stadt Krems)와, 장기 숙성 리슬링으로 명성이 높은 살로몬 운트호프(Salomon Undhof) 같은 와이너리들이 이 피라미드의 정점을 지키고 있습니다.

 

캄프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캄프탈(Kamptal·3567ha)

 

캄프강(Kamp)이 도나우강으로 흘러드는 계곡, 이곳의 흙 속에는 2억7000만 년 전 사막이 잠들어 있습니다. 캄프탈이 바하우·크렘스탈과 함께 오스트리아 드라이 화이트 '빅3'로 불리는 이유이자, 세 곳 중 가장 넓은 3567ha를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초빙거 하일리겐슈타인(Zöbinger Heiligenstein)은 오스트리아 전체에서 가장 위대한 리슬링 밭으로 꼽힙니다. 흥미로운 건 그 이름의 유래입니다. 1280년 츠베틀 수도원(Zwettl Abbey) 기록에는 이 언덕이 '헬렌슈타인', 즉 지옥돌로 적혀 있습니다. 태양이 지옥처럼 뜨겁게 내리쬐는 산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훗날 이 이름은 성스러운 돌이라는 뜻의 '하일리겐슈타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언덕의 정체는 2억7000만 년 전 페름기 사막에서 만들어진 사암으로, 화산 성분까지 뒤섞인 대단히 희귀한 지질입니다. 이 척박한 땅에서 포도나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뿌리를 내리고, 그 결과 와인은 부싯돌을 튕긴 듯한 스모키함과 강렬한 응축감을 얻습니다. 오직 리슬링만을 위한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캄프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하일리겐슈타인 주변과 북쪽 급경사면은 편마암·화강암 계열의 원생암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배수가 빠르고 열을 잘 머금는 이 땅은 산미가 팽팽하고 골격이 단단한 리슬링과 그뤼너 펠트리너를 키워냅니다. 반대로 랑엔로이스(Langenlois) 주변 남쪽·동쪽 완만한 지대에는 빙하기가 실어 나른 두터운 황토가 넓게 펼쳐져, 크리미한 질감과 노란 과실 향이 풍부한 그뤼너 펠트리너의 본산이 됐습니다.

 

캄프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캄프탈의 기후는 바하우·크렘스탈보다 한 단계 더 서늘합니다. 낮에는 판노니아 평원의 온기가 들어오지만, 밤이 되면 북쪽 발트피어텔 숲의 냉기가 계곡을 타고 강하게 내려옵니다. 이 극단적인 일교차 덕분에 캄프탈 와인은 당도를 천천히 쌓으면서도 짜릿한 산도를 끝까지 지켜냅니다. 그뤼너 펠트리너는 풋사과와 미나리를 연상시키는 허브 향에 알싸한 백후추가 겹치고, 리슬링은 어릴 땐 부싯돌 같은 미네랄이, 숙성되면 복숭아와 오일 뉘앙스가 올라옵니다. 석회질 점토 지대에서는 츠바이겔트·피노 누아(Pinot Noir) 레드도 만들어지고, 뛰어난 산도 덕에 오스트리아 최고급 스파클링 '젝트'의 핵심 산지이기도 합니다.

 

캄프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캄프탈은 2008년 빈티지부터 DAC를 달았습니다. 등급은 크렘스탈과 같은 구조입니다. 가볍고 신선한 게비츠바인(최소 11.5%), 랑엔로이스·초빙(Zöbing)·고벨스부르크(Gobelsburg) 같은 마을 이름을 앞세운 오르츠바인(12%), 하일리겐슈타인·람(Lamm)·가이스베르크(Gaisberg) 등 정상급 단일 밭에서 나오는 리덴바인(12.5%), 그리고 늦수확으로 응축미를 끌어올린 리저브(13%)입니다. 슐로스 고벨스부르크(Schloss Gobelsburg), 브륀들마이어(Bründlmayer), 프레드 로이머(Fred Loimer) 같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명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바하우가 가장 묵직하고 압도적이라면, 크렘스탈은 그 중간에서 부드럽게 균형을 잡고, 캄프탈은 가장 서늘하고 날카로운 산미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트라이젠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트라이젠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트라이젠탈.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트라이젠탈(Traisental·861ha)

 

니더외스터라이히에서 가장 작은 산지지만, 스파이시하고 미네랄리티가 뚜렷한 그뤼너 펠트리너·리슬링으로 국제적 팬층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1995년이 되어서야 도나우란트(Donauland)에서 독립해 자기 이름을 갖게 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젊은 와인 산지이기도 합니다. 2006년 빈티지부터 트라이젠탈 DAC로 인정받았으며, 니더외스터라이히의 다른 도나우강 산지들과 달리 이곳에서만 뚜렷하게 나타나는 석회암 토양이 뿌리를 깊이 내리도록 포도나무를 단련시켜 개성 강한 짠맛의 미네랄리티를 만들어냅니다. 트라이스마우어(Traismauer)와 헤르초겐부르크(Herzogenburg) 같은 소박한 와인 마을에는 전통 와인 선술집 부슈엔샹켄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생산자 마르쿠스 후버(Markus Huber)는 이 무명에 가까웠던 산지를 국제 무대에 올려놓은 인물로 꼽히며, 2024년에는 그의 리슬링이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바그람.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그람.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그람(Wagram·2411ha)

 

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뉩니다. 북쪽은 웅장한 뢰스 테라스에서 오스트리아 최고 수준의 그뤼너 펠트리너와 희귀 품종 로터 펠트리너(Roter Veltliner)를 길러냅니다. 로터 펠트리너는 그뤼너 펠트리너와 이름만 비슷할 뿐 유전적으로 전혀 무관한 별개의 토착 품종인데, 한때는 판노니아 평원 전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던 품종이었지만, 1950년대 오스트리아 와인 산업 현대화를 이끈 렌츠 모저(Lenz Moser)가 재배와 관리가 훨씬 쉬운 그뤼너 펠트리너를 보급하면서 빠르게 밀려났고, 지금은 사실상 바그람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쪽 클로스터노이부르크(Klosterneuburg)에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개인 소유 와이너리인 슈티프트 클로스터노이부르크(Stift Klosterneuburg)가 자리하며, 1860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포도재배·양조 학교 분데스레란슈탈트 퓌어 바인 운트 옵스트바우(Bundeslehranstalt für Wein und Obstbau)도 이곳에 있습니다. 바그람은 2007년에야 도나우란트에서 분리되어 지금의 이름을 얻었고, 2022년 2월 17번째 DAC로 인증되었습니다.

 

바인피어텔.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인피어텔.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바인피어텔(Weinviertel·1만3730ha)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넓은 세부 산지입니다. 후추처럼 알싸하고 향신료 향이 뚜렷한 그뤼너 펠트리너가 지역색을 대표합니다. 이 알싸한 개성은 현지에서 애칭처럼 '페퍼얼'이라 불리며 바인피어텔 와인의 상징이 됐습니다. 오스트리아 그뤼너 펠트리너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바인피어텔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카르눈툼.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카르눈툼.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카르눈툼(Carnuntum·812ha)

 

로마 시대에 처음 포도가 심어진 유서 깊은 땅입니다. 서기 100년 무렵에는 이 지역에 인구 약 4만 명이 살던 로마 군단 도시가 자리했을 정도로 뿌리 깊은 역사를 지녔습니다. 카르눈툼 DAC의 단일 품종 와인은 화이트로 샤르도네(Chardonnay)·피노 블랑(Pinot Blanc)·그뤼너 펠트리너, 레드로 츠바이겔트·블라우프랜키쉬(Blaufränkisch) 다섯 품종만 허용되며, 블렌드는 이 품종들이 3분의 2 이상을 채우면 나머지는 생 로랑(Sankt Laurent)·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 등을 섞어도 됩니다. 특히 블라우프랜키쉬는 슈피처베르크(Spitzerberg)의 석회질 토양에서 이상적인 떼루아를 만납니다. 이 산지가 DAC 지위를 얻은 건 2019년으로, 니더외스터라이히 8개 산지 중 다섯 번째였습니다.

 

테르멘레기온.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테르멘레기온. 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테르멘레기온(Thermenregion·1821ha)

 

빈 숲(Wienerwald) 자락에 있는 테르멘레기온은 DAC 중 가장 늦은 2023년에 인증을 받았습니다. 북쪽은 토착 품종 치어판들러(Zierfandler·다른 이름은 슈페트로트)와 로트기플러(Rotgipfler)로 만든 풀바디 화이트가, 남쪽은 블랙체리 향의 생 로랑과 우아한 피노 누아 같은 레드가 강세를 보입니다. 치어판들러와 로트기플러는 전 세계를 통틀어 상업적 규모로 재배되는 곳이 이 산지 말고는 사실상 없을 정도로 오스트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 품종입니다. 이 두 화이트 품종을 함께 블렌딩한 '슈페트로트-로트기플러'는 치어판들러가 섬세함을, 로트기플러가 힘과 높은 알코올을 더해주는 조합으로 아스파라거스 향이 특징적입니다. 1958년부터 굼폴츠키르헨(Gumpoldskirchen) 생산자들이 만들어온 이 블렌드 '쾨니히스바인'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등록 와인 상표라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⑤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