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내려놓은 레빗 “씁쓸하면서 달콤한 결정”

28세로 미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
지난 6월 딸 낳으며 두 자녀의 어머니 돼
“아기 등 가족들과 더 많은 보내고 싶어”
트럼프 “가정 위한 결단, 전적으로 존중”

지난 2025년 1월부터 1년 7개월가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 노릇을 해 온 캐롤라인 레빗(28) 백악관 대변인이 이달 말까지 일하고 물러난다. 경질은 아니고 “자녀 등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레빗의 희망을 트럼프가 받아들인 결과다. 아직 서른도 안 된 레빗은 미국 역사상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에 해당한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사진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례 브리핑 도중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레빗이 사의를 표명하고 본인도 이를 수락했음을 알렸다. 레빗을 “내가 가장 신뢰하는 보좌진 중 한 명”이라고 부른 트럼프는 “어린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무에서 물러나기로 한 그녀의 결정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캐롤라인은 이제 백악관 밖에서 나를 돕는 최고의 고문 중 한 명이자 공화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편인 부동산 사업가 니콜라스 리치오(61)와 사이에 아들 니콜라스(2)를 둔 레빗은 지난 6월 둘째 딸 비비아나를 출산했다.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뒤 레빗은 SNS에 올린 글에서 “세계에서 가장 힘든 직장에서 일하며 엄마가 되고 새 아기를 맞이한 것은 적어도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으면서도 도전적인 시기였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둘째를 낳고 백악관에 복귀한 뒤 나는 ‘이래서는 최고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마음속 깊이 느꼈다”며 “그래서 백악관을 떠나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꿈꾸지만 아무나 맡을 수 없는 백악관 대변인이란 요직을 내던진 것에 대해 레빗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결정”이란 심경을 토로했다. 후임 대변인을 누가 맡을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오른쪽)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학에서 언론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레빗은 학생 시절 트럼프 1기 행정부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처음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2019년 대학 졸업 후 백악관 대변인실에 입사해 대통령 연설 원고 작성자로 언론 대응 경험을 쌓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에는 공화당 정치인의 보좌진으로 근무했고, 2022년 11월 중간 선거 당시 공화당 공천을 받아 고향인 뉴햄프셔주(州)에서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24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며 레빗은 일찌감치 백악관 대변인으로 낙점을 받았다. 대선 선거운동이 치열하던 그해 7월 첫 아이를 출산한 레빗은 산후조리도 건너뛰고 곧장 트럼프 캠프에 복귀해 돈독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그는 ‘마가’(MAGA: 미국을 더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정책을 맹렬히 옹호하고 메시지 전달에 매우 충실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까지 포함해 이제껏 5명의 백악관 대변인을 기용했다. 그들 가운데 레빗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현 아칸소 주지사)에 이어 두 번쨰로 재임 기간이 길다. 대변인을 그만두고 공화당 주지사 후보에 도전해 결국 당선된 샌더스처럼 레빗도 몇 년 뒤 행정부나 의회로 돌아올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