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위협에 트럼프 비행기 바꿔탔다는데… "CIA는 '신빙성 낮다'"

WP "이스라엘의 '암살 첩보'에 CIA는 '회의적' 평가 달아 보고"
이스라엘의 첩보 제공에 "트럼프에 영향 미치려는 포석"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군용기 비밀 환승' 논란의 도화선이 된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 첩보를 두고 미 정보당국은 신빙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번 정보에 정통한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이란의 암살 위협이 있다는 첩보를 전달했으나,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 첩보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평가를 달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제주도 제공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전용기를 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한 당국자는 WP에 해당 정보가 "이스라엘에서 나온 것이지 미국이 생산한 게 아니며, 신뢰도가 낮은(low confidence)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을 겨냥해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이란의 암살 기도 첩보를 전달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에어포스원을 향해 실제로 미사일이 발사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튀르키예 앙카라 공항을 떠나면서, 일단 에어포스원에 타는 모습을 연출한 뒤 기체 반대편 문으로 연결된 기내식 운반 컨테이너를 이용해 C-32A 군용 수송기로 몰래 옮겨 영국으로 향했다.

에어포스원에 탄 백악관 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승한 것으로 알았으나, 결과적으로 이 비행기는 이란의 암살 위협을 피하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한 셈이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신변을 지키는 미 비밀경호국(USSS)은 이 같은 CIA의 '회의적 평가'에도 이스라엘의 첩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기를 바꿔타도록 강력히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그들(USSS와 군 관계자들)은 내가 다른 항공편, 다른 비행기에 타기를 원했다. 안전성은 똑같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한다"고 답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했던 참모들 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첩보 내용과 USSS가 제시한 '기만책'을 보고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군용 수송기로 옮겨타지 않고 에어포스원에 남았다고 전직 당국자가 전했다.

한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첩보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USSS 입장에선 극도의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USSS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 세 차례나 아슬아슬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대선 유세 중 암살 시도부터 지난 4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밖 총격 사건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USSS의 경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첩보 제공이 순수한 '정보 공유'의 차원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직 관리는 WP에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형성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 정보 보고의 광범위한 패턴에 부합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