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역설/올랜도 패터슨/김혁 옮김/글항아리/4만9000원
오늘날 자유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로 받아들여지고,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저마다 자유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사회학의 거장인 하버드대 교수 올랜도 패터슨은 이 책에서 이러한 통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유는 인간에게 본래부터 존재했던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탄생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책은 자유가 인류의 보편적 본능이라는 믿음을 뒤집는다. 고대 사회와 비서구 문화권에서는 자유보다 명예와 권력, 공동체 질서와 영광이 더 중요한 가치였다. 실제로 동양과 아프리카의 여러 언어에는 서구와 접촉하기 전까지 오늘날의 의미에 해당하는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가치가 아니라 비교적 늦게 등장한 역사적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책의 도발적인 대목은 자유의 기원을 노예제에서 찾는 점이다. 자유는 누구나 당연히 누리는 상태가 아니라 노예라는 극단적인 예속 상태와 대비되면서 비로소 탄생했다는 것이다. 노예가 아닌 사람이라는 신분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자유라는 개념이 형성됐고, 이후 정치적·사회적 권리로 확대되며 오늘날의 핵심 가치로 발전했다는 분석은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