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축구의 神’이 쓴 사부곡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를 했다. 지난해 백악관을 떠난 뒤 전립선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부친의 근황이 화제였다. 헌터는 “암이 뼈와 다른 부위로 전이됐다”며 울먹였다. 젊었을 때 술과 약물에 찌들어 낭인처럼 산 헌터다. 심지어 탈세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까지 받았다. 2024년 12월 퇴임을 앞둔 아버지의 사면 조치가 없었다면 지금쯤 교도소에 있을지도 모른다. 헌터의 눈물을 보며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 제목이 떠올랐다.

지난 4월21일은 2022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의 100번째 생일이었다. 아들 찰스 3세 현 국왕은 대국민 연설에서 엘리자베스 2세를 “사랑하는 엄마(Mama)”라고 부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국인들은 왕세자 시절 유부녀(커밀라 현 왕비)와 불륜을 저지르고 조강지처(고 다이애나 왕세자빈)를 내친 찰스 3세를 미워했다. 이를 잘 아는 엘리자베스 2세는 생전에 국민을 향해 “찰스가 왕이 되면 여러분이 제게 준 것과 똑같은 지지를 그와 부인 커밀라에게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세상 모든 어머니 심정이 그럴 것이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에게 아버지 호르헤 메시는 그냥 부친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축구 선수의 꿈을 접은 호르헤는 공장에서 일하며 아들의 재능에 모든 것을 걸었다. 메시는 발재간이 뛰어났으나 11세 때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진단을 받았다. 호르헤는 그런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갔다. 명문 FC바르셀로나 구단을 설득해 메시의 호르몬 치료 비용 전액을 부담하게끔 했다. 호르헤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메시도 없었을지 모른다.

메시의 매니저 역할에 평생을 바친 호르헤가 암 투병 끝에 며칠 전 68세로 별세했다. 부친상을 치른 메시는 엊그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선친을 애도했다. 우리 돈으로 400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 메시는 “아빠(Pa)가 너무 일찍 떠나셨다”며 “아직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많다”고 탄식했다. 문득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식은 효도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시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