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검사의 직접수사·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 시행되면서 성폭력·아동학대·장애인학대 등 범죄 피해자의 수사와 재판을 돕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피해자 국선변호 업무만 전담하는 변호사는 전국에 47명에 불과한 데다 이들마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자 국선변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확충과 보수 등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전담변호사 47명과 비전담변호사 582명 등 총 629명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성폭력·아동학대·장애인학대·인신매매 등 범죄 피해자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2012년 도입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가 사라지는 10월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통해 범죄 증거를 확보하거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증거나 미흡한 법리 적용이 발견되면 보완수사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고, 송치된 사건에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피해자의 ‘이의신청’은 3개월 내로 제한되고,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과 ‘검사 면담 요청’도 피해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결국 피해자가 수사 초기부터 관련 증거를 직접 확보하고 법률적 대응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경제적 여력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피해자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중요성은 커지지만 담당할 전담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수도권 편중도 문제다. 2024년 7월 기준 피해자 국선 전담변호사 45명 가운데 22명이 수도권에 배치돼 있었다. 포항·진주·서산·목포 등 4개 도시에는 전담변호사가 한 명도 없었다.
인력난 배경으로는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경력 2년 미만 피해자 국선 전담변호사의 월 보수는 세전 600만원으로, 10여년간 인상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경력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돼 경력 2년 이상 4년 미만은 월 700만원, 4년 이상은 월 800만원을 받게 됐다.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처우는 더 열악하다. 상담, 서면 제출, 수사 및 공판 절차 참여 등 업무별로 5만∼20만원의 보수를 받는데, 이를 합쳐도 사건 하나당 통상 40만∼50만원 수준이다. 특히 피고인 국선변호사와 달리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사건이 종결됐다고 자동으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전화·문자 기록등 각각의 업무 수행 내역을 일일이 증빙해야 한다.
피해자 국선변호 제도가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지원 대상 확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인력을 확충하고, 업무량에 걸맞은 보수와 처우를 마련해 우수한 변호사가 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윤섭 대한변협 국선변호사회 회장은 “피해자들의 법률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구제하려면 변호사들의 사명감에 기댈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당장 1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서울북부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창원지검 마산지청, 대전지검 논산지청을 ‘공소청 운영모델’ 시범청으로 지정해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