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 타도 세계 맛집 한 바퀴”…폭염에 뜨는 ‘미식 홈캉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휴가철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멀리 떠나는 대신 냉방이 되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음식을 즐기는 이른바 ‘미식 홈캉스’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식품업계도 이런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과거 가정간편식(HMR)이 국·탕·찌개처럼 한 끼를 빠르게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해외 현지 요리나 유명 맛집 메뉴를 집에서 재현하는 쪽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HMR 시장이 2023년 약 6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원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추산한다. 고물가로 외식 부담이 커지면서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집에서도 외식에 가까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여름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로 ‘한우로 떠나는 세계 미식 여행’을 제안했다.

 

핵심은 익숙한 한우에 낯선 조리법을 더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부터 중동, 동남아까지 한우 한 가지 식재료로 서로 다른 지역의 음식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식 전채요리인 ‘한우 카르파초’는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육회와 닮았다.

 

한우 홍두깨살을 얇게 썬 뒤 루콜라와 파르마산 치즈, 다진 매실장아찌를 올리고 레몬즙과 디종 머스터드, 올리브유, 꿀을 섞은 드레싱을 곁들이는 방식이다. 불을 사용하지 않아 주방 열기가 부담스러운 한여름에도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스페인식 ‘한우 토마토 비프 스튜’는 양지나 사태에 토마토와 채소, 허브를 넣어 오랫동안 끓인다. 갈비찜이나 소고기 찌개처럼 고기를 푹 익히는 방식이라 해외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접근하기 쉽다.

 

중동 음식인 ‘한우 카프타’는 다진 한우에 양파와 향신료를 넣어 길쭉하게 빚어 굽는다. 조리법만 놓고 보면 떡갈비나 동그랑땡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타빵이나 요거트를 활용한 차지키 소스를 더하면 중동식 메뉴로 변신한다.

 

동남아 볶음면 ‘한우 차콰이테오’도 있다. 넓은 쌀국수 면에 한우 채끝과 숙주, 계란을 넣고 볶는 방식으로 소고기 볶음우동과 비슷하다.

 

해외 음식이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재료를 구하거나 복잡한 조리법을 익히기보다는 익숙한 한우 요리를 세계 각국 방식으로 변주한 셈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집에서 떠나는 미식 여행’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건 곳도 있다.

 

LF푸드의 간편식 브랜드 ‘모노키친’이 대표적이다. 모노키친은 ‘Every meal, New Journey(매일의 식사, 새로운 여행)’를 표방하며 세계 각국의 음식을 집에서 간편하게 접하도록 하는 것을 브랜드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돈가스와 탕수육, 고로케 등 국가별 음식에서 출발한 제품을 간편식으로 판매한다.

 

LF푸드는 일식 전문 간편식 브랜드 ‘하코야’도 운영 중이다. 냉메밀소바와 지도리우동, 오뎅전골, 김치카츠나베 등을 통해 일본 현지 음식의 맛을 간편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마트의 피코크 역시 한식에 머물지 않는다. 조선호텔 출신을 비롯한 전문 셰프들이 중식과 한식, 오리엔탈, 웨스턴, 베이커리·디저트 등 분야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식 메뉴를 강화한 협업 신제품도 선보였다.

 

집에서 먹는 간편식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빨리 먹을 수 있느냐’에서 ‘밖에서 먹던 맛을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도 홈캉스 먹거리 시장에 올라탔다.

 

SSG닷컴은 지난달 ‘간편식 페스타’를 열면서 상품을 ‘바캉스 먹거리’, ‘여름 간식’, ‘전국 맛집 요리’ 등으로 나눠 판매했다. 삼계탕과 숯불양념치킨, 디저트와 음료 등 집에서 휴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상품을 한데 묶었다. OTT를 시청하면서 먹기 좋은 야식도 별도 테마로 구성했다.

 

앞서 6월부터는 이마트와 손잡고 ‘초간편 집밥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단독 간편식과 1분 미만 조리 콘텐츠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가격뿐 아니라 조리 편의성과 맛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해 집밥 수요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HMR 업체들의 경쟁도 프리미엄화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한우와 미나리를 활용한 곰탕을 비롯한 프리미엄 HMR을 내놓고 있고, 외식 브랜드들도 매장에서 팔던 메뉴를 가정용 제품으로 옮기고 있다. 한편 일본 후쿠오카 장어 전문점과 기술 제휴해 히츠마부시 형태의 상온 간편식을 국내에 선보이는 사례도 등장했다.

 

세계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자체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서울푸드 2026’에는 49개국 1800개 식품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 기업만 288곳에 달했다.

 

결국 ‘홈캉스’ 경쟁의 무대가 거실에서 식탁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비행기표와 숙박비를 쓰지 않고도 이탈리아식 카르파초부터 중동식 카프타, 일본식 우동과 세계 각국 간편식까지 맛볼 수 있는 선택지가 늘고 있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찾던 가정간편식이 이제는 집을 벗어나지 않고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는 ‘미식 여행’의 수단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