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에 없던 ‘방패’ 단다…드론전쟁이 바꾼 생존법 [박수찬의 軍]

미사일·드론 직접 요격…AI까지 더한다
K-2PL보다 앞선 기술…60t 미만이 관건
세계 전차는 ‘스텔스’ 경쟁…K-2도 숙제

한국군 주력 기갑장비인 K-2 전차가 새롭게 태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1일 제17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2028년부터 2046년까지 약 3조4480억원을 들여 한국군이 보유한 K-2 전차 성능을 글로벌 추세에 맞게 바꿀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사일과 드론 위협 대응이 차세대 전차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K-2 전차도 이같은 추세를 따르는 모양새다.

육군 K-2 전차가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열린 도하훈련에서 부교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요 장비 국산화 추진

 

지난 2014년부터 한국군에 배치된 K-2 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고 현대로템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K-2 전차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다.

 

미사일 경보 센서와 더불어 대전차 미사일 조준 시 자동으로 연막탄을 터뜨리는 소프트킬(Soft-kill) 방식의 능동방호체계(APS)를 갖췄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수의 전차가 대전차미사일·드론 공격에 피격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드킬(Hard-kill) 방식 APS와 드론 재머 등이 필수품이 됐다.

 

K-2 전차도 이같은 요소를 적용한 성능개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수년 동안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올해 소요가 확정됐다.

육군 K-2 전차가 훈련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사업기간은 2028∼2046년으로서 2032년 체계개발을 마치고 2033년부터 순차적으로 전력화를 진행한다. 업체 주관 방식으로 추진된다.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주도할 전망이다.

 

다만 사업기간 장기화에 따른 기술적 진부화 우려 등을 감안해서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K-2 전차 성능개량에 적용될 주요 장비를 국산화할 방침이다.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하드킬 방식의 APS, 드론·급조폭발물 재머, 원격사격통제체계는 국산 장비가 쓰일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하드킬 방식 APS는 전차 전·후면에 장착될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및 센서가 포착한 위협체 정보를 토대로 APS 대응탄이 요격하는 개념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APS 개발을 놓고는 한화시스템과 현대로템이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이 해외 시장에서 제안하는 K-2 전차 성능개량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시스템은 2011년 근거리 미사일·로켓 방어 관련 레이더와 열상추적장치를 개발한 바 있다.

 

2023년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차세대 보병전투차량 다중 위협체 대응 지능형 능동방호기술 과제 계약을 맺었다.

 

올해까지 약 360억원을 투입해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등으로 위협체를 탐지하고, 획득한 정보를 AI로 분석해 대응체계를 자동으로 판단하는 기술 및 대응탄으로 위협체를 파괴하는 기술 등을 개발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수출하는 K-2PL 전차 개발 과정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K-2 전차 제작사로서 체계통합 등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원격사격통제체계는 위아(WIA)를 비롯한 국내 방위산업체에서 이미 제작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 전차 상부 장갑을 노리고 접근하는 자폭드론을 요격하는 능력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육군 K-2 전차들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폭드론 탐지 등을 위해 전차 포탑 상부에도 AESA 레이더가 탑재될 수 있다.

 

기존 K-2 전차에는 없었던 장비들이 새롭게 추가되는 만큼 중량도 일정 부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K-2 전차 중량은 55t인데, 성능개량 사업에 포함되는 장비를 탑재하면 중량 증가로 기동력 저하 및 교량 통과 제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중량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새로운 장비를 K-2 전차에 최적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같은 작업이 순롭게 이뤄지면 K-2 전차 성능개량형의 중량은 60t 미만으로 억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투체계와 표적 탐지, 정보 획득 및 융합 과정에서 AI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레이더와 각종 센서가 포착한 데이터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승무원에게 제공한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승무원이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AI는 정보 융합 기능 등을 통해 승무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폴란드 수출용으로 제작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K-2PL과의 차이점은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이 폴란드 수출형인 K-2PL 전차다.

 

계약 초기 수출된 K-2GF 전차는 신속한 납품을 위해 한국 육군 사양과 거의 똑같은 특성을 지녔다.

 

반면 K-2PL 전차는 폴란드 측 요구를 반영해 기존 K-2 전차에는 없던 드론 재머와 하드킬 방식 APS, 원격사격통제체계 등을 탑재했고, 신형 복합장갑을 사용해서 방어력을 높였다.

 

이에 따라 중량은 60t 이상에 달한다.

 

K-2PL 전차는 소프트킬·하드킬 방식의 APS를 탑재한다.

 

하드킬 방식 APS는 국내에서도 독자 개발할 역량이 있었으나, 폴란드 전차 납품 기간 등을 감안해서 이스라엘 라파엘의 트로피 APS를 기반으로 하는 APS를 사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에 K-2 전차의 특성과 폴란드 요구사항을 반영한 형태다.

폴란드군 K-2 전차가 기동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발사장치나 통제체계 등은 현대로템이 맡고, AESA 레이더 등은 다른 국내 업체가 담당하며, APS 대응탄은 라파엘이 제공한다.

 

다만 계약 당시 라파엘 측이 대응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 대응탄을 국산화하는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격사격통제체계는 승무원이 전차 밖으로 노출하지 않고 내부에서 12.7㎜ 기관총을 조작·사격할 수 있다. 시가전에서 승무원 생존성을 높인다.

 

전·후방 카메라, 관성항법장치(GPS), 통신 및 지휘 통제 장비 등은 폴란드산이 다수 쓰인다.

 

K-2 전차 성능개량형은 K-2PL 전차가 전력화된 이후에 등장한다.

 

따라서 개념은 비슷해도 세부 기술 수준은 K-2PL 전차보다 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위사업청도 이같은 부분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K-2PL 전차보다는 더 진보된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군 K-2 전차가 훈련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글로벌 트렌드엔 맞을까

 

해외에서도 기존 전차의 성능을 높이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신형 전차 개발 프로그램도 있으나, 기존 전차의 성능개량을 통한 전력 강화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방위산업 전시회에선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전차들이 다수 등장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 드론 요격기능을 갖춘 원격사격통제체계와 APS 장착이 보편화됐다. 승무원의 안전을 위한 조치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와 독일 합작사인 KNDS는 레오파르트2A8을 개조한 차체에 무인포탑을 얹은 전차를 제시했다.

 

승무원들은 차체 내부의 격리된 공간에 머문다. 이를 통해 승무원을 탄약고와 분리, 유사시 탄약 유폭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는다.

 

30㎜ 기관포와 12.7㎜ 기관총으로 드론 요격이 가능한 갖춘 원격사격통제체계를 장착해 자폭드론 접근을 저지한다.

독일·프랑스 합작인 KNDS가 제안하는 카핀트(CAPINT) 전차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방위산업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다.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와 독일 라인메탈이 합작한 LRMV 전차는 공중폭발탄 사용이 가능한 원격사격통제체계와 APS, 8시간 동안 열·소음 방출을 억제하는 스텔스 모드 기술을 갖춘다.

 

튀르키예 FNSS가 만든 카르팟 전차는 탄약을 전투실 외부에 배치해 생존성을 강화하고, 능동방어체계 등을 장착한다.

 

글로벌 방위산업체의 전차 개량 추세와 비교하면,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의 방향성은 큰 틀에선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승무원 생존성 향상을 위해 탄약고와 승무원을 분리하거나, 포탑이 피격될 위험을 낮추는 저피탐 포탑을 설계하고, 열·소음 방출을 억제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튀르키예 오토카가 제안하는 중장갑차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방위산업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다. 로이터

APS나 원격사격통제체계 탑재도 중요하지만, 적군에게 포착될 위험을 낮추는 것도 승무원 생존성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끼친다.

 

따라서 K-2 전차에 스텔스 모드를 추가해서 적군에게 탐지될 확률을 감소시키는 등의 기술이 추가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