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한잔’은 옛말…손님 줄어든 日 이자카야, 업계 파산 규모 ‘역대 최대’

비용·임대료 등 상승에도 가격 못 올려
日 식료품 소비세 인하 악재 작용 우려
2015년 6월1일 도쿄의 한 이자카야. AP연합뉴스

 

일본 술집의 대표격인 ‘이자카야’가 현지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식재료와 임대료, 공공요금 등 각종 비용이 치솟은 데다 회식으로 2차, 3차까지 이어가던 음주 문화의 종적이 희미해지면서다.

 

1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신문에 따르면 일본 신용조사업체 도쿄상공리서치(TSR)가 집계한 이자카야 운영업체 파산 건수는 올해 상반기 118건이었다. 1989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1~6월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파산 업체의 90% 이상이 직원 10명 미만의 영세 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TSR은 올해 연간 이자카야 파산 건수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자카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비용 상승이다. 식재료뿐 아니라 공공요금과 임대료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영세 사업자들은 손님 이탈을 우려해 가격에 비용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TSR의 고토 겐지 매니저는 “식재료와 공공요금, 임대료가 모두 오르는 가운데 경쟁도 치열하다”며 “업체가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도쿄 고토구에서 20여석 규모의 이자카야 ‘쿠라노스케’를 운영 중인 마쓰바라가즈노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은 돌아왔지만, 수익성은 그만큼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라노스케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메뉴를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약 6개월마다 가격을 50엔씩 올리고 있지만, 대표 메뉴에 사용하는 가다랑어의 도매가가 최근 2~3년 새 최대 4배까지 뛴 상태다. 마쓰바라는 “가격을 더 올리면 사람들이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시행이 예정된 식료품 소비세 인하도 이자카야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출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조리된 음식을 구매해 집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있다. 고토 매니저는 “한번 집에서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외식 체인과 패스트푸드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그룹은 이자카야와 로바타야키(화로구이) 시장 규모가 오는 2035년 1조1000억엔으로 2019년에 비해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같은 기간 햄버거와 라멘, 회전 초밥 등을 포함한 패스트푸드 시장은 58% 성장해 5조1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카야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 대신 개성과 경험을 앞세우는 방식이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가게 입지와 저렴한 가격, 무제한 술 등이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표 메뉴나 지역 사케, 특색 있는 분위기와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와 다이스케 외식산업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이자카야를 떠난다기보다 수요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라며 “이제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가게를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