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의 공격으로 숨진 미군 장교들을 기리는 추모식이 오는 18일 열린다.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배럿 중위의 희생을 기념하는 행사다.
스콧 윈터 유엔사 부사령관(호주 육군 중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보니파스 대위와 배럿 중위의 유가족도 함께할 예정”이라며 “군사정전위원회가 정전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치른 희생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뜻깊은 계기”라고 말했다. 유엔사 JSA 경비대대는 희생된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따 ‘캠프 보니파스’로 불리고 있다.
두 장교는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반도에는 전쟁 직전 수준의 긴장이 조성됐고, 사흘 뒤 미국은 문제의 나무를 자르기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였다. 항공모함과 폭격기까지 동원됐던 이 사건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군사정전위원회 북측 수석대표를 통해 유엔군 사령관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나서야 일단락 될 수 있었다.
◆미루나무 가지 치다 유혈사태…항공모함까지 동원
발단은 가지가 무성한 미루나무 한 그루였다. 관측 시야에 방해가 된다고 본 유엔군 측은 가지치기를 위해 한국인 노무단과 이들을 경호할 유엔사 소속 경비병, 미군·한국군 장교 등을 투입했다. 북한군 중위인 박철은 작업을 계속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위협하며 경고했지만 미군은 작업을 이어갔다. 현장에는 북한 경비병들이 더 많이 모여들었고 분위기는 고조됐다. 마침내 박철이 “죽여”라고 소리치며 미군 책임자인 아서 보니파스 대위를 때렸고, 한 측은 가지치기에 사용된 도끼 등을 휘두르고 주먹질하며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책임자인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함께 있던 마크 배럿 중위가 목숨을 잃었다. 한국군 장교 1명과 사병 4명, 미군 사병 4명 등 총 9명이 부상당했다. 참혹한 살해 장면은 미군 측이 동태를 기록하기 위해 사전에 설치해 둔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음 날인 8월 19일. 한반도의 대북 방어 준비태세인 데프콘(Defence Readiness Condition)은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한 단계 격상됐다. 5단계로 구성된 데프콘은 한반도에서 평상시 경계강화 상태인 4단계로 유지된다. 6·25전쟁 이후 데프콘 단계가 상향 조정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워싱턴D.C에서는 미 수뇌부가 대북 조치 논의에 들어갔다.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의장이 돼 특별대책반 회의가 소집됐다.
미국은 당시 유엔군사령관 리처드 스틸웰 장군의 제안대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문제의 미루나무를 베어내기로 했다. 미국 전설 속 나무꾼의 이름을 딴 이른바 ‘폴 버니언(Paul Bunyan) 작전’의 시작이다. 거대한 나무꾼이 나무를 단숨에 베어버린다는 이미지를 차용해, 문제의 근원을 확실히 제거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8월 21일, 나무를 벨 미국 공병대원들과 함께 한국군 공수부대 등이 JSA에 진입하면서 작전은 시작됐다. 유사 시 대비를 위해 판문점 쪽으로 미군 공격 헬기와 코브라 공격용 헬기, B-52 폭격기, F-4 폭격기, F-111 전폭기가 대거 떴고 서해상에는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대기했다. 7시 40분경 공병들은 미루나무를 절단했다. 8시 30분경 이 작전에 투입된 모든 병력이 철수함으로써 작전은 마무리됐다.
◆JSA에 군사분계선 생겨…여전히 넘지 못하는 ‘얕은 벽’
이 사건은 JSA가 지금의 모습에 가깝게 바뀐 계기이기도 하다. 사건 전까지만 해도 JSA에는 정전협정 정신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표식 없이 북한 측과 유엔사 측 초소가 양측 지역에 혼재돼 설치돼 있었고, 양측 경비병은 JSA를 자유롭게 통행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MDL 경계 표식물로 얕은 콘크리트 턱이 설치됐다. 이후 남쪽은 유엔군이, 북쪽은 북한군이 나눠 경비를 서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도끼만행 사건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우발적 충돌에도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알렉시아 크로이저 유엔사 공보장교(캐나다 공군 소령)는 14일 사건 50주기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다시 기억하고, 정전협정 유지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