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9년 분쟁 끝나나…665억→9440억 재산분할액 달라진 이유는

‘혼외자’ 파경 고백부터 9년 법적 다툼 전말
2심 비자금 인정서 파기환송까지 롤러코스터
재상고 없으면 내일부터 지연이자 발생​ 전망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한이 오늘(14일)로 다가온 가운데, 2017년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법적 다툼이 마침표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쪽이라도 상고할 경우 사건 다시 대법원으로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은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 한쪽이라도 상고장을 제출할 경우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반대로 양쪽 모두 밤 11시59분 59초까지 상고장을 내지 않는다면 15일 0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된다.

 

최 회장이 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다면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내야 한다. 이는 연 472억원, 하루에 1억2900여만원 수준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 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아이 책임지려 한다” 본지 통해 알린 파국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1988년 9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화촉을 밝혔다. 재벌가 2세와 현직 대통령 딸의 결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 만나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두 딸과 아들 등 세 남매를 뒀으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혼인기간 중 14년을 별거 상태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15년 12월 최 회장이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혼외 자식의 존재를 밝히며 파경 사실이 공개됐다. <2015년 12월29일자 본지 1·2면> 최 회장은 편지에서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은 2005년 무렵부터 이미 망가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혼외로 낳은 아이, 아이 엄마(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와 새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성격 차이 때문에,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 알려진 대로 오랜 시간 별거 중이다”며 “이제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 한다”고 썼다. 다만 최 회장은 총수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SK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것을 우려해 이혼 결정을 미뤘다.

 

결국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은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 분쟁을 종결하는 절차다. 조정이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하지만 노 관장이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을 거부해 조정은 결렬됐고, 결국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며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반소)을 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6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665억원→1조3808억원→9440억원…달라진 재산분할액

 

2022년 12월 이혼 소송 1심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당시 재판장 김현정)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특유재산’이므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SK 주식은 최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즉 배우자인 노 관장의 노력과 무관하게 얻은 재산이므로 최 회장 고유의 재산으로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1심 판결 직후인 2023년 1월 노 관장은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며 그 사업을 현재 규모로 일구는 데 제가 기여한 것이 (최 회장의 재산 중)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은 재산분할액을 대폭 늘렸다.

 

2024년 5월 서울고법 가사2부(당시 재판장 김시철)는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했다. 1심이 인정한 재산분할액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SK그룹의 성장 뒤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과 노 관장의 기여 등이 있었으므로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란 판단이다.

 

2심은 위자료 규모도 1심의 20배인 20억원으로 책정했다. 배우자의 외도가 있는 경우 법원이 인정하던 위자료가 통상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금액이다.

 

다만 1심과 2심 모두 공통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기각하고 노 관장 측의 이혼 반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2024년 6월17일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2심 판결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지난해 10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재산분할에 관련된 부분만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법의 보호 밖에 있는 ‘불법 자금’이므로 이 돈이 SK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다만 위자료 20억원과 이혼 청구 등 나머지 부분은 확정하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법적 혼인 관계는 종료됐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선 재산분할 분쟁만 다뤄졌다.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는 전체 분할 대상 재산 가운데 노 관장의 몫을 3분의 1로 보고 재산분할금을 9440억원으로 산정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르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아닌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SK 주식의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은 이혼소송의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인인 2024년 4월16일로 정했다.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2026년 6월26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은 배척했으나, 두 시점 사이 SK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