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BC, ‘롤러코스피’에 투자금 잃은 개미 조명…“결혼·사업 자금 날려”

코스피 지수의 급격한 변동성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인해 투자 손실을 본 ‘개미’(개인투자자)의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결혼이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활황세인 국내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큰 손실을 봤다. 

코스피가 전날 대비 164.60포인트(2.42%) 상승한 6977.94로 마감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13일(현지시간) BBC는 “주가는 주요 뉴스 하나에도 쉽게 변동한다”며 “그런 불안정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는 곳이 한국의 코스피이며,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주식 지수”라고 보도했다.

 

BBC는 한 달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2000만원을 잃은 은행 직원 김용준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씨는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집을 사는데 보태기 위해 투자에 나섰지만, 7월에만 평가액이 25% 하락하면서 손실을 봤다. 그는 “상황이 더 나쁜 친구들도 있다”며 “저축한 돈을 모두 쏟아붓고 ‘절망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투자자 박찬용씨는 사업 자금을 불릴 목적으로 그가 보유했던 엔비디아 주식으로 낸 수익금 대부분을 SK하이닉스에 투자했지만, 현재 주식 가치가 1만달러(약 1450만원) 이상 하락했다. 박씨는 BBC에 “주가 변동이 항상 합리적인 이유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며 “때로는 여전히 도박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코스피 지수는 ‘롤러코스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6월 중순에는 9000포인트를 넘었던 지수는 지난달 말 5500포인트까지 급락했다. 금융서비스업체 BNY는 코스피 지수가 6월부터 이달까지 역사상 가장 급격한 조정을 겪었으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하락세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BBC는 “AI에 대한 전 세계적 열풍이 국내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주가에 급격한 변동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번 침체는 지난 1년 동안 기술주에 투자한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이 세계 다른 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외신은 코스피의 급격한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블룸버그는 ‘코스피 폭락에 무너진 개미들, LEE(이재명 대통령)를 비난하며 다시는 안 산다고 다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스피 폭락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를 조명했다. 기사에서 투자자들은 “두 가지 규칙을 세웠다. 첫째는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는 것, 둘째는 첫 번째 규칙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좌절감을 드러냈다. 또다른 투자자는 성급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주식펀드(ETF) 도입을 결정한 정부를 비판하며 “주식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정책 불확실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평가해왔는데, 이제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