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수욕장이 단순한 물놀이 장소를 넘어 주민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여가·소비 공간이자 지방정부의 수익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관광을 외화벌이를 위한 외국인 관광이나 대규모 관광개발 중심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발표한 ‘파라솔 그늘 아래 북한 해변: 위성사진과 면담으로 읽는 내국인 관광과 지역경제’ 보고서는 청진과 라선 출신 주민들의 면담 기록 등을 통해 2018~2019년 북한 주민의 해수욕장 이용 실태를 소개했다.
면담자들은 해수욕장이 물놀이와 소비가 결합된 여가 공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청진 해수욕장에서는 당시 입장료로 북한 돈 1000원과 자전거 보관료 1000원, 자리·파라솔 이용료 3만원, 의자·바비큐 시설 이용료 2만 원, 샤워비 1500원 등이 부과됐다. 시설 이용료만 모두 5만 3500원으로 당시 쌀 10.7㎏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청진시 주민들이 찾는 청진 해수욕장과 달리 라선 해수욕장은 외지 관광객의 이용도 많았다. 라선에서도 입장료와 자동차 보관료, 자리·파라솔 및 샤워시설 이용료, 의자·바비큐 시설 대여료 등을 받았다. 수영복과 튜브 대여, 음식과 주류 소비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었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내국인의 소비를 끌어내고, 지방 정부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남한의 지역 관광과 닮은 모습이다.
최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각종 매체들은 원산갈마관광지구 등 해수욕장을 찾는 내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항공기 이동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토대로 평양과 원산갈마 사이 약 200㎞ 구간에 국내선 여객기가 운항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가 선전적 목적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내국인의 해수욕장·관광지 이용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북한 사회의 일정한 변화와 정책적 방향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검토돼야 한다”는 게 정 실장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지역 자원과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수입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해수욕장의 사례는 최근 북한이 강조하는 지방의 자립적 발전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며 “북한관광은 외화획득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내국인의 소비, 지역자원의 활용, 지방경제의 자립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