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업체를 상대로 본국에서 미 해군 선박을 두 척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국가안보각서를 보면 ‘미국에 새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미국 내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조선업체가 대상이다. 미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는 부합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는 각서 발효 후 90일 내 선박 조달계획을 제출하라고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온 우리 조선업체가 일감을 따낼 수 있도록 민관이 원팀으로 수주에 총력을 다하길 바란다. 미 해군이 신규 함정 조달에 2054년까지 투입할 예산은 연평균 3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번에 해외 건조가 허용되는 선급은 수상전투함과 해상 통합화물 보급 유조선, 로로선(화물 적재선) 등 3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전투함 조달과 관련해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한 여러 무역협정에서 약속된 재원을 미국 해양산업 기반 투자에 투입하는 계획”을 함께 제출토록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무역협정에 따라 진행 중인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조달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앞서 미 전쟁부와 해군은 국내 조선 3사에 각각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요청(RFI)을 해왔다. RFI는 미 정부가 계획 수립을 목적으로 가격이나 인도 조건, 관련 시장 정보 등을 파악하는 절차다. 전투함에 대해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지난 6월 회신했고,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에 대해서는 삼성중공업까지 답을 보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미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백악관도 최근 연방의회에 해군의 전투함과 비전투 지원함을 각각 2척씩 해외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한 바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허용안은 최초 2척에 한해 해외 건조를 허용하되 이후 선박의 경우 해외 기술과 생산방식을 미국으로 옮겨 건조하는 조건(핀란드 모델)이 달려있다. 일본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그간 경제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위한 밀월관계를 강화해왔다. 양국 정부는 작년 10월 조선분야 협력각서(MOC)를 맺고 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 등에서 협업하기로 한 바 있다. 양국이 공동으로 선박을 설계하거나 일본의 대미 조선업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MOC에 포함했다. 2척 수주뿐 아니라 기술이전 및 현지 생산까지 대비하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 해군 선박의 건조 수주가 성사되면 마스가가 본궤도에 오르고 미국의 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도 완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발판 삼아 한미 간 논의가 지지부진한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서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를 믿고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단단히 다져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