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은 미안, 10만원은 부담'…식대 상승에 축의금 인플레

서울 주요 예식장 식대 5년 새 51%↑
“인당 축의금 10만원은 돼야 적자 면해”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2) 씨는 최근 동료의 청첩장을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예식장 식대가 9만 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5만 원을 내자니 미안하고, 10만 원을 내자니 부담이다. 김 씨는 “축하하러 가는 자리인데 지갑 사정을 먼저 계산하게 되는 제 모습이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예식장 식대 등 결혼식 비용이 급등하면서 하객과 예비부부 모두 축의금을 둘러싼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고물가 여파로 결혼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른바 ‘웨딩플레이션(Wedding+Inflation)’ 탓에 한국 사회의 오랜 상부상조(相扶相助) 문화였던 축의금 문화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관료와 꽃 장식비에 이어 식대마저 치솟은 탓이다. 

 

14일 복수의 결혼정보 커뮤니티에 따르면 서울 주요 예식장의 평균 식대는 7만∼10만원 수준에 달한다. 실제로 본지가 주요 웨딩홀 5곳의 식대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1년 평균 4만9740원이었던 식대는 2026년 현재 7만5320원으로 5년 새 51.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에는 5만원이면 식삿값을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았지만, 이제는 7만 원 중반대가 기본선이 된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공간에서는 매주 축의금 액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소한 식대만큼은 내야 민폐가 아니다”라는 현실론과 “축하의 마음이 거래처럼 변질됐다”는 반발이 팽팽하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예식을 준비 중인 이모(30)씨는 “대관료와 부대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식대 부담이 너무 크다”며 “대충 계산해보니까 인당 축의금이 적어도 10만원은 돼야 간신히 적자는 면할 수 있을 것 같더라”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식사를 거르고 참석하거나 축의만 송금하는 사례도 보편화되고 있다. 10만 원을 내고도 눈치를 볼 바에야 적당한 금액의 축의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의 한 드레스 판매점에 주문 제작된 드레스들이 옷걸이를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치솟는 결혼식 비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웨딩 ‘갑질’(불공정요구) 근절, ‘깜깜이 스드메’ 견적 투명화”를 대통령선거 ‘9대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했다. 결혼준비대행업체와 예식장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선택 품목 가격과 위약금 등을 의무 공개하도록 했다. 방식은 업체들이 한국소비자원 가격 공개 서비스 ‘참가격’에 보고하거나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한다.  

 

그러나 현장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계도 기간이 종료되고 과태료 부과 시점이 지났음에도, 전체 약 1,500개 결혼서비스업체 중 소비자원 ‘참가격’에 등록된 곳은 16.7%(250곳)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정보 접근이 어려운 업체가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방관 속에 실질적인 과태료 부과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