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역할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이동에 제약을 겪는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명절 고향 방문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장애인 가정을 위한 특수 차량 지원부터 해외 의료 사각지대를 찾아가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실증까지 기술을 활용해 국내외 ‘이동 공백’ 메우기가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휠체어 버스 ‘0대’… 장애인 귀성길 돕는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교통난 속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귀성길 자체가 거대한 장벽이다. 14일 기아 초록여행에 따르면 한 장애인단체가 고속버스 통합예매 사이트를 조회한 결과 지난 추석 기준 전국 시외·고속버스 중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2020년 설만 해도 수도권과 강원·영남·충청·호남을 잇는 노선에 10대가 운영됐지만, 그마저도 운행을 멈추며 4년 만에 ‘0대’가 됐다.
기차로 대신하기도 쉽지 않다. 전국 160여 개 시·군 중 휠체어 승하차가 불가능한 지역도 56곳에 달한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한 휠체어 이용자는 목포의 부모님 댁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5년 전이라며, 매번 일흔이 넘은 어머니가 대신 상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동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아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인 기아 초록여행은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장애인 30가정에 맞춤형 차량과 귀성 경비를 지원한다. 서울(5가정), 부산·광주·제주·대구(각 4가정), 대전·강릉·전주(각 3가정) 전국 8개 권역에서 선정된 가정에는 오는 9월 23∼28일 휠체어 탑승 등 편의장치가 장착된 초록여행 차량이 무상 제공된다.
지원 차량은 유류 및 전기가 100% 완충된 상태로 전달되며, 최대 30만원의 귀성 지원금과 명절 선물도 함께 제공된다. 신청은 8월 23일까지 초록여행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가능하다.
◆해외 의료 사각지대 찾는 ‘PBV 이동형 병원’
맞춤형 모빌리티를 활용한 약자 이동권 보장 노력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기아의 PBV인 ‘PV5’를 활용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이동형 의료 의료 서비스 실증사업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인도네시아 국제 오토쇼(GIIAS)에서 공개한 기아 PV5 카고 롱 차량을 의료용으로 개조한 실증용 헬스케어 모델은 차량 실내에 환자용 접이식 침대, 의료용 의자, 심전도 검사 기구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차량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기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차량을 활용해 올해 말부터 자카르타 스마트시티인 ‘BSD 시티’에서 현지 도시개발기업 시나르마스랜드, 종합병원법인 에카병원과 협력해 이동형 의료 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차가 없거나 의료시설이 멀어 진료를 받기 어려웠던 주민들을 위해 PV5 차량이 주거단지, 쇼핑몰, 커뮤니티 시설 등을 직접 찾아가 진료 및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제공 및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고, 시나르마스랜드는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며, 에카병원은 의료진과 장비를 투입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번 실증 사업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모빌리티 기반 의료 서비스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주거·교통·의료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한 스마트시티 서비스 모델을 구축해 향후 다른 아세안 국가에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