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두 번 외친 11세, 38시간 결박 당한 후 사망…교회 목사 검찰 송치 [사건수첩]

11세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교회 목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이 사망한 지 9일 만이다.  

 

충남경찰청은 1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교회 목사 A(62·여)씨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구속 송치했다. 

 

11세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를 받고 있는 천안의 한 교회 목사(62·여)가 14일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천안동남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A씨는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생활하던 B(11)군을 침대에 묶고 38시간가량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아 왔다.

 

이날 구치소에서 검찰로 이송된 A씨는 “아이를 왜 침대에 묶어놨느냐”, “학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앞서 B군은 지난 5일 교회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신고 3시간여 만에 숨졌다. 당시 B군은 41.5도의 고열과 의식 저하 증상을 보였다. 

 

B군은 구급대 출동 당시 산소포화도가 89%까지 떨어진 중태였지만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현장에서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구급대가 순천향대천안병원과 단국대천안병원, 아산충무병원 등 인근 대형병원 6곳에 수용을 문의했으나 모두 “소아 전문의가 없다”거나 “소아 중환자실이 없다”며 거부했다. 결국 B군은 신고 접수 1시간5분 만에 교회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세종충남대병원도 1차 처치 후 전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보호자 동의를 거쳐 B군을 받았다. 

 

경찰은 B군의 손목과 발목 등에 결박흔이 남아있는 점을 토대로 교회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B군은 출생 직후부터 줄곧 이 교회에서 생활해왔다. 지난해 초 B군은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1년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올해 초 퇴원한 뒤 최근 외조모와 교회에서 함께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사망하기 사흘 전인 지난 2일과 3일엔 이틀 연속 교회 밖으로 나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외할머니에게 맞았다”고 호소하는 B군을 본 한 시민은 직접 차량에 태워 천안서북경찰서에 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경찰이 B군의 신체 상태를 외관으로 확인한 뒤 외조모에게 전화를 걸어 학대 여부를 묻자 “B군이 목사의 돈을 훔쳐 드럼채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렸다”며 체벌 사실을 인정하자 외조모에 경고 후 교회로 되돌려 보냈다. 

 

경찰과 천안시는 B군의 상태와 시설 여건 등을 이유로 즉각 분리 조치는 하지 않았다. 법원도 외조모의 접근금지 임시조치 신청을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교회로 돌아간 B군은 다음날인 지난 3일에도 교회 인근에서 만난 식당 종업원에게 “할머니에게 맞았다”고 말했고 종업원과 함께 파출소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또다시 B군은 교회로 돌려보내졌다. 이틀 후 B군은 숨졌다.  

 

지난 11일 자신의 외손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외할머니가 천안시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외조모와 B군이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가 다음날 아동학대 신고가 재차 접수되자 그제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군과 외조모를 분리시키는 긴급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등록된 주소지가 아닌 해당 교회에서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B군의 외조모는 2024년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적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복지당국의 관리상 허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B군은 올해 3월 ‘취학 면제’를 받아 사실상 교회에서만 지내왔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지 5개월 여 만에 사망하면서 홈스쿨링과 취학 면제 제도가 아동학대 사각지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B군은 복지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었다. 그는 지적장애인으로 등록됐으나 외조모 등 보호자가 관련 수당이나 복지 지원을 신청하지 않아 정기적인 관리·지원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A씨와 B군의 외조모를 구속해 수사해 온 경찰은 외조모에 대한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해 다음 주 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사건 당시 교회에 함께 거주했던 다른 성인 1명에 대해서도 가담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B군의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혐의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생활안전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점검단을 구성할 방침”이라며 “다시는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조치 등 전반적인 문제점과 개선점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