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재산분할 9440억’ 불복… ‘세기의 이혼’ 다시 대법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14일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에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 대리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실인정이 아닌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 등을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산분할 비율이나 규모 산정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이 사건을 파기하면서 이미 한 차례 판단을 내렸고, 파기환송심도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른 만큼 재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주된 시각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확정일 다음 날부터 지급을 완료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내야 할 처지였다. 연간 약 472억원, 하루 약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재상고로 2017년부터 9년여간 이어진 두 사람의 법적 다툼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고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 딸의 만남으로 ‘세기의 결혼’이라 불리며 주목받았으나, 최 회장이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고백하면서 파경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돼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 이혼 소송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 2심은 2024년 5월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억원,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연합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어서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위자료 20억원은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반영하면서도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재판부는 주식 가액의 기준 시점을 2024년 4월 16일로 정하되,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은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