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14일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에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 대리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실인정이 아닌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 등을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산분할 비율이나 규모 산정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이 사건을 파기하면서 이미 한 차례 판단을 내렸고, 파기환송심도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른 만큼 재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주된 시각이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확정일 다음 날부터 지급을 완료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내야 할 처지였다. 연간 약 472억원, 하루 약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재상고로 2017년부터 9년여간 이어진 두 사람의 법적 다툼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고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 딸의 만남으로 ‘세기의 결혼’이라 불리며 주목받았으나, 최 회장이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고백하면서 파경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돼 이듬해 2월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 이혼 소송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 2심은 2024년 5월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억원,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어서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위자료 20억원은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반영하면서도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재판부는 주식 가액의 기준 시점을 2024년 4월 16일로 정하되,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은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