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한 마리가 4990원, 광어회는 1만4990원.”
광복절 연휴를 맞아 유통업계가 ‘먹고 즐기는’ 소비자를 동시에 잡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대형마트는 장어와 한우, 광어, 전복 등 보양 먹거리를 앞세워 장바구니 물가 공략에 나섰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빅뱅, 포켓몬스터, 라이엇 게임즈 등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가족과 젊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몰도 패션과 가전, 신학기 용품을 최대 80% 이상 할인하며 연휴 소비 수요를 노린다.
가장 치열한 곳은 대형마트다.
이마트는 17일까지 ‘고래잇 페스타’를 열고 광어와 전복, 한우 등 신선식품을 집중 할인한다.
국산 광어회 240g은 정상가 2만9980원에서 신세계포인트 적립과 행사카드 할인을 적용하면 1만4990원에 살 수 있다. 광어회 필렛도 100g당 4990원까지 내려간다. 완도 활전복은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50%, 한우 등심 등도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에서는 ‘4990원 장어’가 다시 등장했다.
오는 17일까지 진행하는 ‘통큰데이’에서 한 마리를 통째로 조리한 ‘통짜장어’를 4990원에 판매한다. 이 상품은 네 차례 굽고 소스를 덧발라 전자레인지에 약 30초만 데우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간편식이다.
가격 반응도 확인됐다. 지난 7월 30일 리뉴얼 출시 이후 8월 9일까지 약 4만 마리가 팔렸다. 롯데마트는 수요가 이어지자 광복절 연휴에 맞춰 2차 물량을 준비했다.
삼겹살과 목살은 행사카드 결제 시 50% 할인하고 한우와 완도 활전복 등도 할인한다. 냉동 만두와 국물요리, 돈가스 등 간편식에는 1+1 행사를 붙였다.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식 대신 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보양식을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한 셈이다.
백화점의 전략은 가격보다 ‘체험’에 가깝다.
롯데백화점은 14일부터 23일까지 잠실 롯데타운 전역을 빅뱅 데뷔 20주년 콘텐츠로 채웠다.
단일 팝업스토어를 여는 수준을 넘어 석촌호수와 롯데월드몰, 에비뉴엘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었다. 전시와 식음료(F&B), 팬 참여 행사, 굿즈 판매 등을 동시에 진행한다. 석촌호수에는 야간 조명 연출도 마련했다.
바통은 포켓몬이 이어받는다.
16일부터 31일까지 롯데월드타워 아레나 잔디광장에서는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 포켓몬 별빛낙원’이 열린다.
행사장만 약 400평 규모다. 중앙에는 지름 25m, 높이 12.5m의 초대형 ‘몬스터볼 돔’을 설치한다. 돔 안에는 길이 12m가 넘는 수로와 대형 미디어월, 빔 영상을 활용한 체험 공간을 꾸민다.
현대백화점도 게임 팬을 불러들이고 있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17일까지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 ‘TFT 와일드 팬페스트’를 진행한다. 인기 게임 ‘전략적 팀 전투(TFT)’의 신규 콘텐츠를 체험하고 미션과 굿즈, 무대 행사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5일에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TFT 매치도 열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9일까지 플리츠웨어 브랜드 ‘와이오와이’를 선보인다. 여성과 남성뿐 아니라 키즈·펫 컬렉션까지 구성해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했다. 행사 상품은 최대 20% 할인한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을 잡기 위한 체험 행사도 늘었다.
스타필드 고양은 오는 26일까지 무림페이퍼와 ‘페이퍼 가든: 좋은 종이 텃밭’을 운영한다.
친환경 종이로 만든 대형 당근과 호박, 무 사이에 풍차와 허수아비를 배치해 거대한 텃밭처럼 꾸몄다.
아이들은 얼굴 인식을 통해 자신의 ‘농부 유형’과 반려채소를 정한 뒤 해충과 쓰레기를 제거하고 제한 시간 안에 채소를 수확하는 미션에 참여할 수 있다. 체험 뒤에는 종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스타필드 안성에서는 25일까지 ‘제6회 벌룬 페스티벌’을 열어 텔레토비와 피너츠 캐릭터를 초대형 풍선으로 선보인다.
유통업계가 단순 상품 할인에서 벗어나 체험 공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아이가 체험하고 부모가 쇼핑·외식을 하는 구조를 만들면 가족 단위 방문객의 소비 영역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할인율 경쟁이 벌어진다.
SSG닷컴은 17일까지 패션과 뷰티, 가전, 유아동 상품을 최대 68% 할인한다. 헤지스 여름 상품과 아이더 역시즌 패딩, 쿠쿠·LG전자 가전 등을 특가로 내놓는다.
롯데온은 16일까지 올해 신규 입점한 주요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주말 마켓’을 진행한다. 여름 상품은 최대 80%, 역시즌 상품은 최대 89%, 가을 상품은 최대 40% 할인한다. 롯데온 실제 상품 페이지에서도 8월 14~16일 ‘주말마켓_디자이너브랜드편’ 행사가 확인된다.
11번가는 20일까지 T멤버십 고객에게 상품 980종을 최대 50%, 최대 5000원 할인한다. 전어와 흰다리새우, 자두, 배, 제주 하우스감귤 등 제철 먹거리부터 디지털·패션·뷰티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쿠팡은 연휴 이후 수요까지 미리 끌어온다. 23일까지 ‘이사&신학기 리빙페어’를 열고 이사·혼수, 공부방·홈오피스, 청소·수납, 가을 인테리어 등 4개 테마관을 운영한다. 한샘과 시디즈, 듀오백 등 주요 리빙 브랜드가 참여한다.
올해 광복절 연휴 유통가의 공통점은 ‘싸게 파는 행사’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마트에서는 5000원 안팎의 장어와 반값 광어로 가격 경쟁을 벌이고, 백화점에서는 포켓몬과 빅뱅, 게임 IP를 앞세워 방문할 이유를 만든다. 쇼핑몰은 아이가 직접 뛰어노는 체험을 붙이고 온라인몰은 가을과 신학기 소비까지 한발 앞서 끌어온다.
짧은 연휴 한 번을 놓고 유통업체들의 경쟁 범위가 장바구니에서 콘텐츠와 체험까지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