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평가받는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본래 갈수록 경지에 이르고 흥취가 무르익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거나, 때로는 어이없고 민망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곧잘 쓴다. 이 코너는 두 의미를 함께 품고, 한 주 정치를 드러낸 정치인들의 ‘입’을 들여다본다. 정국의 향배를 가른 말, 충돌의 불씨가 된 말, 정책의 결을 드러낸 말을 따라가며 그 주 정치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본다.
○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하자는 게 공약이자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
-14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나온 발언이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이 이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서 분권형 개헌과 임기 단축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 논의는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지방자치와 기본권 강화, 5·18 정신과 부마항쟁 헌법 전문 명기 등을 거론했다. ‘내각제 개헌’이나 ‘분권형 대통령제’ 논란에는 선을 그었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대통령이 직접 다시 꺼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 이재명 대통령 “개헌을 위해 임기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14일 엑스 글에서 4년 중임·연임제 개헌론을 설명하며 덧붙인 말이다. 전날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골프 회동에서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고, 이 발언이 ‘연임 개헌’ 논란으로 번졌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에는 직접 답하지 않으면서도 임기 단축론을 과거 대선 공약의 연장선에 놓았다. 야권은 곧바로 사법리스크 돌파용 개헌,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반발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실컷 ‘제왕놀이’를 하고 있으면서 헌법이 문제라고 하나”
-14일 페이스북에서 청와대의 4년 중임 대통령제 언급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사법체계를 흔들고 부동산·증시 정책에서도 국민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 역사에 이 대통령 같은 제왕적 대통령이 있었냐”고 했다. 이어 개헌의 전제조건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 한 번만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대통령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말하며 개헌론을 띄우자, 야당 대표가 오히려 현 대통령의 통치 방식 자체를 ‘제왕적’이라고 되받은 장면이다.
○ 이재명 대통령 “각종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택지도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파격적으로 확보해 공급에 나서야 한다”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을 주문하며 나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국민의 삶과 국가 미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공급·세제·금융정책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급 분야에서는 인허가 단축과 규제 개정까지 언급하며 정부에 ‘전방위적 공급 총력전’을 주문했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공급 부족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법·제도 변경을 거론하면서 향후 택지 확보와 규제 완화의 강도를 가늠하게 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 이재명 대통령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해 우리 군을 첨단 장비와 기술 중심의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탈바꿈시키는 국방 개혁을 빠르고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8월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방개혁 방향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저출생으로 기존의 인력·보병 중심 군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만큼 선택적 모병제를 포함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군 복무 기간에 교육과 경력을 쌓고 자산 형성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연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한 뒤 운영 성과에 따라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포용과 화합을 위해서도 윤리감찰이 필요하다”
-14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민석 후보 측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두고 한 말이다. 정 후보는 민주당과 신천지의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면 김 후보가 윤리감찰단에 근거를 내야 하고, 근거가 없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경쟁 후보를 포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윤리감찰과 화합은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송영길 후보의 ‘붕어 아이큐’ 발언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인간성을 당원들이 볼 것”이라고 맞받으면서 전대 막판 후보 간 감정의 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박제가 돼 있는데 그 영상이, 뻔한 거짓말을 왜 하냐고. 이게 붕어 아이큐도 아니고”
-1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청래 후보의 지방선거 평가 발언을 공격하며 한 말이다. 송 후보는 정 후보가 지방선거 직후 당·정·청이 선거 결과를 ‘이기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했다가 이후 당·청으로 표현을 바꿨다고 주장하며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였다. ‘붕어 아이큐’라는 인신공격성 표현까지 나오자 논란이 커졌고, 송 후보는 다음 날 “같은 당의 동지에게 쓸 말은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민주당 전대의 정책·노선 경쟁이 후보 개인의 기억력과 자질을 공격하는 수준까지 격화됐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오빠’, 부산 못 갔잖나”
-10일 경기 수원 아주대에서 열린 민주당 경기 당원 콘서트에서 정청래 후보의 지방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다 나온 말이다. 김 후보는 정 후보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어린이에게 ‘정우 오빠 해봐요’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뒤 부산 유세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표라면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은 물론 중도·보수층에도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막판 당권 경쟁이 정 후보 체제의 지방선거 성적과 영남 확장성 문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옮겨붙은 장면이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지금 20%가 싸우고 있는데, 80%가 싸우는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
-12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전국 당협위원장 정비 방침을 설명하며 나온 말이다. 장 대표는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싸우지 않고 지방선거 공천에만 관심을 보인 당협위원장들은 교체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당원들이 원하는 당협위원장을 뽑겠다는 ‘당원 중심주의’도 내세웠다. 지방선거 패배 뒤 장 대표 책임론과 지도부 쇄신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보다 전국 조직을 대폭 개편해 당의 전투력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선택하면서 당내에서는 사실상 대규모 물갈이 예고로 받아들여졌다.
○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탄핵 찬반 떠나서 이제는 큰 통합해야”
-13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의 핵심 메시지다. 유 전 의원은 보수가 지난 10년 동안 탄핵 찬반을 놓고 내부에서 갈라져 선거 때마다 지리멸렬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8년 총선에서 국회를 되찾으려면 국민의힘이 통합과 혁신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00% 통합이 되겠느냐”며 “90% 통합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해, 친윤·반윤, 탄핵 찬반, 한동훈·이준석 문제를 모두 덮고 총선 승리 중심으로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가폭력에 맞서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 항쟁을 학술과 재조명이라는 이름으로 모독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훼손하고 민주공화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연 ‘5·18 민주화운동 재조명 포럼’을 비판하며 나온 발언이다. 해당 포럼에서 5·18을 ‘소요 사태’로 표현하는 등 왜곡성 발언이 나온 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이 사안을 개인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