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얼음 1000개까지 만든다”…무더위에 6000억 시장 달아올랐다

올해 이른 더위에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얼음정수기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청호나이스 제공

코웨이와 SK매직, 청호나이스뿐 아니라 쿠쿠와 교원 웰스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제빙량과 얼음 보관 방식 등을 앞세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여름철 계절가전 성격이 강했던 얼음정수기가 정수기 시장의 핵심 경쟁 제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수기 시장을 약 3조원, 이 가운데 얼음정수기 시장을 약 6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전체 정수기 시장의 20% 수준이다. 다만 별도의 공식 시장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업체와 업계 추산치를 기준으로 한 규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의 지난 7월 얼음정수기 신규 렌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했다. 5월 약 20%, 6월 약 35% 증가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웨이는 가족 구성원과 주방 크기, 얼음 소비량에 따라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아이콘 얼음정수기’를 미니·스탠다드·맥스·오리지널·RO 등 5종으로 세분화했다. 폭 20㎝의 미니 제품부터 얼음 저장 용량을 키운 대용량 제품까지 선택지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SK매직도 판매량이 뛰었다. 지난 6월 얼음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회사는 이른 무더위와 함께 일반 정수기에서 얼음정수기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성장 배경으로 보고 있다.

 

제품 경쟁은 ‘더 작게, 얼음은 더 많이’로 향하고 있다.

 

SK매직의 ‘MEGA ICE 얼음정수기’는 일반 얼음보다 두 배 이상 큰 약 25g짜리 얼음을 만들 수 있고 하루 최대 제빙량은 5.7㎏이다. 소형 모델은 폭을 19.5㎝로 줄여 좁은 주방을 겨냥했다.

 

쿠쿠도 올해 상반기 얼음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지난 4월에는 폭 19㎝의 ‘제로 100 미니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크기만 줄인 것은 아니다. 5개의 제빙용 에바 핑거를 적용해 한 번에 얼음 5개를 만들고 약 12분대 쾌속 제빙으로 하루 최대 약 600개의 얼음을 생산한다. 얼음 저장 용량은 0.45㎏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처럼 주방 공간이 좁은 가구를 겨냥한 제품이다.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 판매량도 5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증가했다. 올해 3월 내놓은 ‘The M’은 폭 19.5㎝, 깊이 43㎝ 크기에 하루 최대 약 6.7㎏, 약 770개의 얼음을 만들 수 있다. 얼음은 7g·9g·11g 등 세 가지 크기로 선택할 수 있다.

 

대용량 시장도 함께 공략한다. 청호나이스의 스탠드형 ‘슈퍼 아이스트리’는 하루 최대 18㎏의 얼음을 만들고 4㎏까지 저장할 수 있어 사무실과 공공기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겨냥한다.

 

교원 웰스도 성장 대열에 합류했다.

 

리뉴얼한 ‘아이스원 얼음정수기’의 올해 3~5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다. 리뉴얼 직후 3개월 판매량을 직전 3개월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119%에 달했다.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포함된 수치지만 판매 증가세 자체는 뚜렷하다.

 

교원 웰스는 제빙량뿐 아니라 물맛과 얼음 종류를 차별화 포인트로 잡았다. 미네랄 필터를 적용하고 큰 얼음과 작은 얼음을 선택하도록 했으며 얼음 생성·보관 구간에 UV 케어 기능을 적용했다. 현재 판매 중인 아이스원 제품은 폭 23㎝의 카운터톱형이다.

 

얼음정수기 경쟁은 기존 렌털업체만의 싸움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비스포크 AI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루 최대 약 1000개, 무게로 8㎏의 얼음을 만들 수 있고 약 100개의 얼음을 동시에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인별 물 사용 패턴을 학습해 살균 시점을 조절하는 AI 기능도 적용했다.

 

LG전자는 올해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냉동얼음정수기’의 제빙 성능을 크게 높였다. 2026년형 제품의 하루 제빙량은 3.8㎏으로 기존 모델의 두 배, 저장 용량은 1㎏으로 1.8배 확대됐다. 만들어진 얼음을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방식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얼음정수기의 경쟁력이 단순히 ‘얼음이 나온다’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경쟁 기준 자체가 세분화된 셈이다. 좁은 주방을 위한 19~20㎝대 본체, 하루 제빙량, 저장 용량, 얼음 크기 선택, 냉동 보관, 살균 방식까지 업체마다 강조하는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카페와 홈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얼음정수기의 사용 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스커피나 에이드뿐 아니라 하이볼 등 집에서 얼음을 사용하는 음료가 다양해지면서 여름 한철 제품에서 사계절 가전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매직도 최근 판매 증가 배경으로 얼음정수기가 ‘사계절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점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름철 제빙량 자체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주방 공간을 얼마나 덜 차지하는지, 원하는 크기의 얼음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지까지 소비자 선택 기준이 세분화되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업체별 제품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